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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양들의 침묵>을 봤을 때의 충격이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마 지금까지 본 모든 범죄 스릴러 영화를 통틀어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걸작일 거예요.
그 당시에 영화가 엄청 흥행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까지 커졌던 것 같아요.
특히 한니발 렉터라는 인물은, 그를 알기 전과 후로 나눠야 할 만큼 독보적인 캐릭터를 지녔어요.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할 존재.
그러나 현혹될 수밖에 없는 그것.
<양들의 침묵> 3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이 출간되었어요. 이미 30년 이상 지난 작품이지만 너무나 반가웠어요.
이 책은 <양들의 침묵>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만약 처음 본다면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될 책이에요.
범죄 스릴러 매니아에게는 꼭 봐야 할 고전이자 최고의 걸작이니까요.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도 여전히 소름이 쫙 끼쳤어요. 신기하게도 첫 장부터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이 등장하자마자 배우 조디 포스터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마치 눈앞에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이미 줄거리를 다 아는데도 떨리는 이유는 뭘까요. 스탈링이 면담을 위해 한니발 렉터 박사가 수감된 감방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들리지도 않는 발소리에 집중하며 숨죽이게 되더라고요. 와우, 세상에나! 이런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오직 한니발 렉터의 존재감이라는 걸 재확인하는 순간이었어요.
네, 한니발 렉터를 빼놓고는 이 작품을 이야기할 수 없어요. 아홉 명을 살해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을 정도로 잔혹한 범죄자의 정체가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던 것도 충격이지만 독방에 수감된 그가 유일하게 스탈링과는 인간다운 대화를 나누며 연쇄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도 놀라웠어요.
앞서 현혹되지 말라고 한 건 일종의 경고였어요.
일단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고, 다 읽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맴돌 거예요.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인데, 그 괴물에게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당혹스러울 거예요. 약간의 죄책감... 감정의 혼란을 겪게 된다면, 백퍼센트예요. 미끼에 걸려든 거죠.
역시나 다시 읽어도 전혀 지루할 틈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였어요. 마지막으로 양들의 울음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거라는 렉터 박사의 말이 진정한 현실 공포였어요.
"클라리스,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
당신은 내게 한 가지 정보를 빚졌다는 걸 잊지 말게. 물론 내가 원해서 준 것이긴 하지만.
...
당분간 양들은 울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클라리스, 당신이 보게 될 지하 감옥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앞으로 수 차례 보게 될 것이고 당신이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양들은 한동안 축복처럼 침묵하겠지.
양들의 울음소리는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고, 그 울음은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 거야." (501-502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