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애하는 나에게
김아리 지음 / 보름달데이 / 2021년 6월
평점 :
<친애하는 나에게> Liebes Ich, 는 '김아리잡문집'이라고 적혀 있어요.
저자는 서른셋, 어떤 역할로서의 존재가 아닌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하네요.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으며, 북을 치다가 깨달았다고 해요. 자신을 가두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벌거벗겨진 나를 직면한 뒤로 세상을 바다 삼아 표류하기 시작했다고요. 그러니까 이 책은 저자의 인생 표류기 혹은 항해 일지라고 볼 수 있어요.
11. 사고 4일 전
"엄마 아빠 나 합격했어."
"뭐?!! 아이고 축하한다. 고생했다, 고생했어."
"이번엔 진짜 합격이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4일 전
나는 독일에서 석사 입시에 합격했다.
...
제일 먼저 부모님한테 전화했다.
누구보다 기뻐한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가 영상으로 통화할 수 있는 이 시대를 살고 있어
이날의 엄마 아빠의 표정을 평생 잊지 않고 생각할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
나는 몰랐었다.
이날이 엄마 아빠가 가장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는
마지막 날이었다는 것을. (56-59p)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고, 남동생마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저자가 느낀 감정은 죄책감이었다고 해요. 왜냐하면 자신만 사고현장에 없었으니까. 차라리 같이 사고현장에 있었으면 바랄 정도로 그날의 사고에 자신만 없었다는 게 죄스럽고 괴로웠다고 하네요. 더군다나 가족이 당한 사고가 뉴스 기사에 실리자 악의적인 댓글들이 애써 버티고 있던 저자를 무너지게 만들었대요. 어떻게 남의 불행을 하찮은 가십거리로 여기는지, 악플러들은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에요. 그들을 처벌하려면 고소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분노를 삼켰대요.
장례식을 치르고, 어린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 독일로 돌아와서도 극한의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유독 자신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 어둠 속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갈망을 하기 시작했대요. 그건 견딜 수 없기에 택하는 선택이었던 거예요.
산다는 건 그런 건가봐요.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 아픔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공감하게 되네요.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똑같아요. 너무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 다독여 줄 것. 팍팍한 세상을 잘 버텨내고 있다고 격려해 줄 것.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할 것.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이 세상을, 내 사람들을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
<친애하는 나에게>는 저자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인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고생 많았다." (28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