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나의 우주
김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에 끌려서 선택한 책인데, 내용이 정말 경이롭네요.

이 책이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존재를 알게 되었거든요.

그 주인공은 바로 예쁜꼬마선충이에요.

저자의 전공은 유전학으로, 선충線蟲의 유전자 진화를 연구하고 있어요. 주로 연구하는 대상은 선충 중에서도 '예쁜꼬마선충'이라고 해요.

처음엔 선충을 예뻐해서 붙인 수식어인가 했는데, 실제 공식 명칭이라고 하네요. 학명은 새롭다는 의미의 'Caeno'를 덧붙인 '우아한 신생선충 Caenorhabditis elegans'인데 한국에서는 우아함보다는 예쁘고 귀엽다는 특징에 초점을 맞췄는지 예쁜꼬마선충이 되었대요. 

여기서 잠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장 어떤 녀석인지 검색을 해볼 거예요. 미리 설명하자면, 몸길이 1밀리미터 정도의 매끈하고 반투명한 몸통을 지녔어요. 실제 사진을 보면 뱀과 지렁이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깜짝 놀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약간의 친밀감과 더불어 고마움을 느끼게 될 거예요.

뭘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벌레로 보일 테지만, 제대로 알고 나면 예쁜 꼬마를 넘어 우아한 거인으로 보일 거예요.

또한 이 녀석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삶도 조금은 이해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더니,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이러한 연구를 하고 있었군요. 신기하고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하나씩 밝혀내는 과학자들이 정말 위대하네요. 저자의 말처럼 살아 있는 모두는 각자의 전략이 있는 것 같아요. 연구실에서 키우는 예쁜꼬마선충 덕분에 돌연변이 연구가 가능했던 것처럼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간혹 사람들은 하찮은 것을 비유할 때 "~충"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그건 대단한 오해였네요. 

작고 소중한 것들의 발견,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과학자로 먹고 사는 일은 적잖이 고된 일이다.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4시간을 연구실에서 일하는 게 보통인데,

그러고 있다 보면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리자고 한국에서 알아주지도 않는 연구를 하느라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참으로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 

나를 사로잡는 논문이 등장하면 '아, 이거 내가 나중에 연구하려고 생각했던 건데! 한발 늦었어'라며 좌절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내 아이디어가 세계 어느 곳에서는 분명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에 설레서 견딜 수가 없다.

... 누군가는 개나 줘버리라고 찬밥 취급하는 이런 게 재미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번 생은 그른 것 같다.

연구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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