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뭣이 중헌디!"

강렬했던 영화 대사가 떠오르네요.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눈 앞에 벌어진 상황일 거예요.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이 어쩌면 우리를 괴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밟으면 꿈틀.


<시소몬스터>는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소설이에요.

인간 관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충돌을 '시소'에 비유했다는 점이 놀라워요. 

오르락 내리락, 시소에 올라 탄 이상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만약 너무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다면 반대편은 안간힘을 쓰며 내려가려고 할 거예요. 양쪽 모두가 사이좋게 힘을 빼면 오르락 내리락 주거니 받거니 훨씬 재미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시소 놀이가 아니네요.

나오토는 지금 다니고 있는 제약 회사의 선배인 와타누키 씨에게 하소연을 하는 중이에요. 아내 미야코와 어머니 사이의 고부 갈등 때문에 나오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상황이에요. 사실 눈치가 둔한 나오토조차 처음 소개한 자리에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위험한 전류를 감지했을 정도니 예견된 태풍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대립하고야 마는 상성이 있어요. 바다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은 산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과 만나서는 안 됩니다.

꼭 부딪히게 되니까요. 결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어느 시대든 세상 어딘가에서는 바다와 산의 싸움이 벌어진답니다."

"결투라도 하는 건가요?"

"시대가 시대라면 그렇겠죠. 물론 대립이 늘 결렬되는 건 아니고요.

충돌 끝에 화해하기도 합니다.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어딘가에서 타협점을 찾는 거죠."  (103p)


아이쿠, 역시 이사카 고타로답네요.

단순히 고부 갈등에서 비롯된 문제가 전부였다면 '시소몬스터'일 리가 없죠. 전혀 상상도 못했던 비밀이 숨겨져 있었네요. 어쩐지 여자의 촉이라고 하기엔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더라니, 돌아보니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소름 돋았어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웃음 뒤에 칼을 숨긴다더니,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며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인생 교훈을 되새기게 하네요. 또한 시소를 탈 때는 비슷한 상대와 함께 타야 즐거운 법인데, 만약 시소몬스터를 만났다면 얼른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 주인공처럼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건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기에, 그럴 때는 어떻게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서로 거리를 조절하며 타협점을 찾아야 공존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상성이 나쁜 관계라고 해도 생존을 위한 전략만 있다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네요. 

이것이 이사카월드의 매력인 것 같아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평범한 사건을 미스터리하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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