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 소월에서 박준까지, 우울한 시인과 유쾌한 검사가 고른 우리나라 극강의 서정시
류근.진혜원 엮음 / 해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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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는 우리나라 극강의 서정시 모음집이에요.

특이한 점은 이 책을 엮은 이들이 자칭 우울한 시인과 유쾌한 검사라는 점이에요.

시인은 각박해진 세상에 필요한 건 바로 시, 서정시라고 생각했고, 마침 페이스북을 통해 법리와 인문학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현직 검사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대요.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한국의 대표 서정시 가운데 여든한 편을 골랐다고 해요. 아마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시라서 잊고 있던 감성이 되살아날 거예요.

저는 이 시집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어요. 

참으로 묘하게도 '시'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시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어요. 시보다는 산문이나 소설이 더 좋았어요. 

그때는 시를 몰랐어요. 단순히 시의 매력을 못 찾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름다운 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던 거예요. 시의 언어가 마음을 울리는 순간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나이들고 인생을 뭔가 알 것 같은 때에 찾아왔어요.

그래서 요즘은 시집을 종종 읽고 있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조용히 시집을 펼쳐 시와 만나고 있어요.


특별히 이 책은 한국의 서정시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왜 지금, 서정시냐고요? 복잡하게 이유를 따질 것 없이, 그냥 읽어보면 알게 될 거예요.

삭막하다, 각박하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투덜대고 있지만 결국 그 세상을 만드는 건 우리 자신이에요. 우리의 마음이 삭막해져서 세상이 변한 거예요.

시를 읽는다는 건 시로 노래하는 것과 같아요. 실제로 시를 소리내어 낭독해보면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시는 위로가 되고 기쁨이 돼요.


유치환 시인의 <행복>을 오랜만에 낭독하니 좋았어요.

이 시 자체가 연애편지처럼 제게 전해진 느낌이랄까.


"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114p)


빨간 우체통 속에 편지를 쏙 넣을 때 - 요즘은 거리에 우체통이 사라졌지만 -  그 편지를 받게 될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 설렜던 기억이 떠올라요.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그때는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오래된 추억이 되었네요. 빠르게 연락할 수 있고, 쉽게 화상으로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서로 그리워할 틈이 없어졌어요. 보고 싶은 마음이 쌓여서 그리움이 되는 걸, 그리워할 때는 그리움에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그리움이 사라져서 속상하니 이상한 노릇이죠.

모든 게 다 빨라져도, 마음만은 원래 속도대로 가는 것 같아요. 사랑도 행복도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시(詩)는 우리가 잊고 있던 그 마음의 속도를 되찾게 해주네요. 


"여기에 당신이 모르는 시는 없다.

다만 잊고 사는 시가 있을 뿐.


당신이 지금 외롭고 고단한 것은

시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시를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  류근   (4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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