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꾼들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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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라, 때로는 책이 어떤 이유에선가 

우리 삶에 찾아오죠.

참 이상한 일이에요."  (38p)


<불평꾼들>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소설집이에요.

작가 생활 30여 년간 단 세 편의 장편소설- 『처녀들, 자살하다』(1993년),『미들섹스』(2002년),『결혼이라는 소설』(2011년)을 출간했으며, 모든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퓰리처상 수상뿐만이 아니라 각종 문학상을 휩쓸면서 미국 문단의 주요 작가로 꼽힌다고 해요.

아하, 그랬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만나보는 작가라서 신예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어요.

<불평꾼들>은 1988년부터 2017년까지 쓴 단편소설들 중에서 열 편을 골라 2017년에 출간된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네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이 책을 읽고나니 제프리 유제니디스라는 작가의 위상을 알 것 같네요. 단편인데도 장편 못지 않은 깊이가 느껴져요.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첫 번째 실린 <불평꾼들>이에요. 델라와 캐시의 이야기가 왠지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리게 한 데다가 결정적으로 '책'이라는 연결고리 때문에 끌렸어요. 영화처럼 엄청난 사건은 없지만 두 여자에겐 일생일대의 일탈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델라가 남편의 일방적인 결정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멀리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캐시는 처음으로 델라와 싸웠어요. 싫으면 싫다고 자기 주장을 하면 될 텐데, 델라는 결코 불평하지 않았고 모든 걸 남편 뜻대로 했어요. 캐시는 그런 델라에게 화가 났던 거예요. 한 달 후, 델라가 이사짐을 옮기는 날에 캐시가 나타나 사과하면서 책 한 권을 선물했어요. 그 책은 바로 벨마 월리스의 『두 늙은 여자』였어요. 알래스카 등지에 살았던 인디언 부족 아타바스카족의 두 늙은 여자가 부족 사람들에게 버려진 뒤에 살아남은 이야기라고 해요. 

그 뒤로 오랜 시간이 흘렀고 두 사람은 『두 늙은 여자』을 잊고 있었어요. 캐시는 델라를 생각하며 그 책을 떠올렸어요. 둘만의 암호가 필요한 때가 온 거예요.


"자, 손도끼를 사용할 때야."  

기죽지 말고 한 번 해보자는 뜻이었다. (42p)


인생을 뒤바꿀 만큼 엄청난 기적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저 작은 변화를 일으킬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걸 델라와 캐시가 보여줬어요. 늙는다는 건 육체적으로 불편한 일들이 많아진다는 걸 의미해요. 델라와 캐시는 스무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지만 변함 없는 우정을 나누며 인생 길을 함께 걷고 있어요. 그 모습이 보기 좋았고 멋졌어요. 누구나 살아온 날만큼 늙어가지만 아무도 늙은 자신이 버림받을 거라는 상상을 하진 않을 거예요. 그래선 안 될 일이에요. 

두 사람처럼 서로 손을 잡아줄 친구만 있다면 살 만한 인생일 것 같아요. 때로는 책이 우리 삶에 찾아온다는 캐시의 말처럼, <불평꾼들>이 제게로 왔고 그 덕분에 『두 늙은 여자』를 발견했네요. 앞으로 읽을 책으로 찜해뒀어요. 물론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책 3권도 포함했고요.

짧은 단편인데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그러니 나머지 아홉 편- <항공우편>,<베이스터>,<고음악>,<팜베이 리조트>, <나쁜 사람 찾기>, <신탁의 음부>, <변화무쌍한 뜰>, <위대한 실험>, <신속한 고소>- 에 관해서는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한지 몰라요. 하지만 참으려고요.

분명 이 책이 누군가의 삶에도 찾아갈 테니, 참 이상하지만 감동적인 선물이 될 거라는 것만 밝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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