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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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는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등을 잇는 일본의 4세대 건축가라고 해요.

이 책은 구마 겐고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책들은 흔적, 즉 서 있는 나무의 모습에 관하여 글을 썼다면,

이 책은 나무를 키워준 흙, 물, 빛, 바람이 주역이며,

그것이 검색이 가능하여 눈에 보이는 나무의 모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관해서도 다루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9p)


우와,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굉장히 멋진 표현인 것 같아요.

저자는 건축가로서 건축물뿐만이 아니라 그 건축을 둘러싼 자연과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건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깊이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건축 = 건축물'이라고만 여겨서, 건축물과 그 외의 공간을 구분지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유명한 건축물 중에는 주변을 압도하는 규모나 구조를 보여주는 것들이 있어서, 그게 전부인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저자는 기존의 건축과는 확실히 다른 철학을 지닌 것 같아요.


작고, 낮고, 느리게


구마 겐고의 작품 중에서 '대나무집'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대나무숲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구조라서 아름다웠어요.

저자가 대나무를 건축 소재로 자주 사용한 것은 대숲에서의 체험과 관계가 있다고 해요. 대나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숲을 만들고 싶어서 대나무를 이용했다는 거죠. 진짜로 건축물을 짓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대숲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대나무집을 만들었대요.

오랫동안 건축 일을 하면서 여전히 콘크리트와 철강에는 정이 가지 않는다는 저자는 일본의 전통 건축기법과 소재로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해왔고, 세계적인 건축상을 수상하며 인정받고 있어요. 특별히 이 책에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며 경험했던 여러 장소들을 중심으로 건축 철학을 들려주고 있어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오쿠라야마의 집은 외할아버지가 만든 작은 농막인데, 저자가 태어나면서 증축했고, 3년 후에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증축, 저자의 방이 필요해서 다시 증축, 여동생도 자기 방이 필요하다고 하여 또 증축했다고 해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증축해가는 과정을 보며 자랐으니 훗날 건축가가 된 것이 우연은 아니었네요.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건축 특징 중 하 나가 '증축적'이며 '반유토피아적'이라고 표현하네요. 검소하고 수수한 오쿠라야마의 집이 그 출발점이었다고 말이죠.

또한 그가 디자인할 때의 기본적인 자세는 'NO'라고 해요. 얼핏 보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 수긍이 되었어요.


"현상을 부정할 수 잇어야 한다. 

그 거부하는 자세로부터 무엇인가 새로운 것, 

지금까지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탄생하니까."  (165p)


끊임없이 "NO!"를 외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가 추구하는 건축은 자연친화적이며 자연 그 자체로 봐도 될 만한 작품들을 창조해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의 건축 철학이 곧 삶의 태도를 대변하고 있는 듯 해요. 그가 부정하고 거부하는 건 건축과 사회의 '경계'일 뿐. 자연이라는 거대한 세상 안에서 작은 우리들이 모여 창조해낸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고 있어요. 구마 겐고만의 특별한 건축 세계,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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