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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일 놈의 바카라
오현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5월
평점 :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고 해요.
몇 번의 행운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대부분의 인간들은 행운이 연달아 일어나면 자만하게 되고, 악마가 이끄는 대로 쉽게 타락하게 된다고.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나요. 물론 믿거나 말거나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악마의 유혹이란 늘 시작은 달콤하지만 결말은 정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지옥행!
《이 죽일 놈의 바.카.라.》는 오현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실제로 저자는 도박에 빠져 삶의 바닥을 경험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이 소설은 '중독'이라는 측면에서는 진짜 날 것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중독들이 존재하며, 무엇이 더 위험한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만큼 중독이란 자체가 영혼을 갉아먹는, 심각한 병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만들어요.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없는 지경이면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와 다를 바 없어요. 만약 거리에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상태라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운전자 본인뿐만 아니라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할 거예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인 거죠. 그 차를 멈출 수 있는 건 어딘가에 충돌하는 상황뿐이고, 한마디로 사고예요. 산산이 부서지고 망가져야 끝나는 일인 거죠.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잘 몰랐어요. 영화 <타짜>를 보면서도 도박 중독의 문제보다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워낙 충격적이라,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도박의 세계란 직접 경험한 적 없는 가상 세계와 다를 바 없어요. 영화는 영화일 뿐인 거죠.
그러나 이 소설은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네요. 굉장히 현실적인 묘사와 줄거리를 통해 도박의 세계를 담담하게 현실로 그려내고 있어요.
평범한 이십 대 여성인 주인공 '나'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지, 또한 거기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우선 바카라가 뭔지도 모르고서는 그 심각성을 논할 수 없다보니 게임의 룰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요. 애초에 첫 장부터 이러한 설명은 도박 권장을 위한 것이 아닌 소설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설마 이 소설을 보고 유혹에 빠지는 경우는 없겠죠.
[일러두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표전화 : 02-740-9000) (6p)
게임도 종류가 다양한데, 특히 '그것'은 게임의 룰이 간단한 것 같아요. 플레이어와 뱅커가 순서대로 카드를 받은 뒤에 카드 숫자를 합해서 높은 쪽이 이기는 거예요. 굳이 카드가 아니어도 우리가 친구들끼리 동전으로 홀짝을 맞추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게임인 것 같아요. 다만 '그것'을 즐거운 게임이 아닌 위험한 도박으로 규정짓는 건 현금으로 교환된 칩이 사용되며, 중독되기 때문이에요. 본인이 가진 돈이 거덜나고, 빚을 져도 끊을 수 없다는 것.
주인공은 자신이 '그것'에 빠져들게 된 순간을, 멋도 모르는 게임 초보였을 때 잇다른 행운으로 엄청난 돈을 땄을 때라고 기억하고 있어요. 그 행운이 곧 불행의 시작이었음은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그때는 몰랐던 거죠. '그것'이 주는 절정의 쾌락을 맛본 자는 '그것'의 노예가 되고 만다는 걸.
인간이 악마의 먹잇감이 되는 건 욕망 때문이에요. 악마의 유혹이라고 표현했지만 악마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 속에 있어요. 그러니 주인공의 삶을 망가뜨린 건 '그것' 이 아니라 '그것'에 손을 댄 본인 자신인 거죠. 놀라웠던 건 주인공의 선택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