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폭력 -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이은혜 외 5명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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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모든 폭력은 가해자, 피해자의 이자 구도가 아니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 있을 때 성립된다. 

피해자가 열 살 아이든 열여덟 살 청소년이든 마찬가지로 

본능처럼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이 책의 필자들도 그랬다. 하지만 손을 잡아주는 어른은 없었다.  (5-6p)


<여섯 개의 폭력>은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무사히' 어른이 된 다섯 사람과 어른이 되지 못한 한 사람의 엄마가 쓴 책이에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몹시 고통스러웠어요. 만약 그 일이 벌어졌던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든 아이를 구해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가슴에 묻고 있었던 그 때의 일이 떠올랐어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던 우리 아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어떤 아이의 전화 덕분이었고, 그 아이는 자신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옆반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이야기했어요. 저는 바로 담임 선생님께 연락했고, 가해자인 아이에게 사과하도록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첨부한 말이 정말 이상했어요. 제게 전화로 학교 폭력을 알린 아이를 언급하면서 주변 일에 자꾸 나서는 아이라면서 예전엔 별 것 아닌 일을 경찰에 신고해서 시끄러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니까 학교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전혀 없고, 학교 폭력을 알린 제보자를 문제 학생으로 지적한 거예요. 꼭 이 문제 때문은 아니었지만 전학을 선택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아이를 위한 배려가 전학 사실을 숨기는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본의아니게 몰래 전학가는 상황이 된 것이 너무나 속상하고 화가 났어요. 그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학교 폭력은 자신의 경력을 위해 덮어야 할 문제였던 거죠. 아이는 자신이 당한 일을 인정만 할뿐 입을 꾹 닫았고, 이후에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큰 일은 아니었다고 위안을 삼으면서 그냥 묻어두었는데, 이 책을 읽다가 충격을 받았어요. 부모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가 받은 고통은 컸던 거구나. 

지금은 건강하게 잘 컸지만 그때 좀더 아이의 고통을 어루만져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마구 찔러대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크고 작은 학교 폭력을 경험했고,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도 똑똑히 알게 되었어요. 제게 학교 폭력은 봉투 안에 억지로 넣어 실망과 불신으로 봉인한 기억이었어요. 그런데 <여섯 개의 폭력>을 통해 깨달았어요. 여섯 개의 폭력은 여섯 개의 용기였다는 걸.

학교 폭력의 기억을 침묵으로 덮어버려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의 소식은 가볍게 넘어갈 내용이 아니에요. 그들이 피해자의 침묵으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그들도 알아야 해요. 그리고 반드시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어떤 폭력도 용납해서는 안 돼요. 정당화할 수 있는 폭력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쓴 여섯 명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남은 나날들은 더욱 행복하기를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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