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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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재출간.

백영옥 작가님은 코로나를 견디며 이 책의 개정판 작업을 했다고 해요.

저자는 원고를 고치면서 자신의 생각 말고도 세상의 기준이 많이 달려져 고쳐야 할 것이 많았다고 이야기하네요.

시간은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네요. 한 권의 책도 그 시간만큼 성숙해졌다고 해야겠죠.


서른아홉, 마흔이 되어 청춘을 뒤돌아보는 일과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에 지금을 바라보는 일.

이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자의 시간들이 보였어요. 그 시간 속에는 누군가의 피, 땀, 눈물도 함께 들어 있어요. 

몇 년의 세월을 두고 저자가 인터뷰했던 두 명의 가수 이야기가 나와요. 밴드의 이름에 '소년'이 들어가서, 당신들이 서른 살 혹은 마흔 살이 되어도 여전히 '소년'이라 불린다면 좀 쑥스럽지 않겠냐는 질문을 했더니 자신들은 영원한 소년일 거라고 답했다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되길 강요받았던 것 같아요. 철 좀 들어라, 나이값을 해야지... 그냥 소년으로 살면 안 되나요?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가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성숙해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러니 누군가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이미 어른인데 아니라고 우길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어른의 기준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고, 그 누구의 허락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영원한 소년이고자 했던 그 밴드는 음악이 다른 예술에 비해 우월한 것이 뭔지 묻는 질문에, "책은 읽고 분석해야 하지만 음악은 젖어드는 것. 샤워기 앞에 꼼짝 없이 서 있는 것처럼." (128p)이라고 답했는데, 그뒤 해체했다고 하네요. 어쩌면 그들은 해체라는 변화를 통해 소년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억지스런 추측이지만 두 명의 가수들이 변했고, 변해가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네요.

우리 모두는 다른 삶을 선택했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며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저자가 말하는 어른의 시간이란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 노인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스스로의 죽음을 준비하는 어른의 삶,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삶이라면 나쁠 리 없다고 믿는 거죠. 적어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삶이라면 언제나 삶 쪽에 더 가까이 있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어요. 시작보다 언제나 끝이 더 중요하고, 좋은 만남보다 좋은 이별이 어른의 삶에 가깝다고 느낀다면 눈에 보일 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소년과 어른 사이, 삶과 죽음 사이... 그 어디쯤에서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할 건 행복해지는 쪽을 선택하며 살자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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