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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평점 :
<나의 작은 헌책방>은 다나카 미호 씨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일본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 시에 있는 헌책방 <벌레문고 蟲文庫>을 20여 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이끼 연구가이기도 해요.
관광지 한 켠에 자리한 작은 헌책방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이 책에는 이상하고도 신기한 헌책방 주인의 소박한 일상이 기록되어 있어요. 성공 비결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생존 비결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네요.
누가봐도 영악한 장사꾼 기질은 전혀 없는 숙맥 스타일의 그녀가 자신의 가게를 20여 년 유지하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워요.
그녀 곁에는 고양이 두세 마리, 거북이 아홉 마리, 넓적사슴벌레 두 마리, 금붕어 네 마리, 송사리 다섯 마리 그리고 이끼와 현미경이 있어요. 이끼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연구하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에 좋아서 한 일이고,「이끼 관찰 일기」를 쓰게 된 건 우연히 잡지 편집장의 권유로 시작했다가 책까지 출간하게 된 거래요.
헌책뿐만이 아니라 마니악한 CD와 오리지널 토트백과 양치류 인형, 이끼 관찰 키트, 이끼 봉투 등 기념품도 팔고, 때때로 가게 안에서 라이브 공연이나 전시회를 열기도 한대요. 어떻게 열 평도 안 되는 가게에서 라이브 공연이 가능할까 싶지만 이미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하니 정말 신기해요.
사실 가장 신기한 건 스물한 살의 미호 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헌책방을 차린 일인 것 같아요.
미호 씨가 의도했던 건 아니겠지만 대단한 용기였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해보는 것.
인생은 짧은데, 정작 자신이 원하는 건 자꾸 미루고 있다면... 아마 그 핑곗거리 중 하나는 '돈'일 거예요.
그런데 미호 씨는 적은 돈에 맞는 가게를 찾았고, 그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가게 월세 내기가 빠듯해서 아르바이트로 충당했고, 이후 안정세로 접어들었을 때도 벌이가 넉넉한 건 아니었다고 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오기로 버티기'가 벌레문고의 테마라고 하네요.
왜 헌책방을 열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대답은 한 가지예요. 좋으니까.
세상에는 좋아하지 않으면 못 할 일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좋아하니까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는 거예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면 헌책방을 차리지 않았겠죠. 모르고 시작했다고 해도 얼마 못 가 문을 닫았을 거예요. 그런데 지방의 작은 헌책방이 여지껏 버텨냈다는 건 좋아하는 마음이 그만큼 컸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 마음이 헌책방을 찾게 만드는 힘인 것 같아요.
단골 손님들은 <벌레문고>에 오면 할머니집 같기도 하고 시간이 멈춰 있는 곳 같다고 표현해요. 저는 가본 적도 없는데, 미호 씨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 분위기를 짐작할 것 같아요. 세상은 다들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 아둥바둥 경쟁하기에 바쁜데, 작은 헌책방은 유유자적 차분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미호 씨를 통해 배웠어요. 사람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그곳에 있어야 행복하다는 걸.
그녀가 사랑하는 이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