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 - 낭만주의 시대를 물들인 프리마돈나의 사랑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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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린>은 독일의 여가수인 빌헬미네 폰보크 슈뢰더 데브리엔트의 회상록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저자 자신은 자신의 글이 책으로 출간될 줄 꿈에도 몰랐을 거라는 점이에요. 회상록 출간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2년 뒤 일이니까요.

그러나 유명한 오페라 여가수였던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게 되리란 걸. 

애초에 숨길 생각이 없었고, 자신의 모든 경험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던 거예요. 그 경험이란 사랑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성적 체험이에요.

놀라운 점은 그녀가 1804년생이라는 점이에요. 당시 유럽 사회의 성과 윤리를 고려해본다면 그녀의 고백은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1862년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어느 여가수의 회상록에서』이며, 네이(H.Nay) 씨가 기획한 『독일 에로티카 열전』총서에 포함된 책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성애문학과는 구분되어야 할 작품인 것 같아요.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거나 흥분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에요.


"주위에서 나를 정숙하다고 얘기했다. 냉정하다는 뜻이다.

시대는 겉으로 냉정하고 정숙한 여성을 요구했다. 세상의 눈은 족쇄가 되어 여자들을 억압했다.

그러니 서른일곱 살이 되도록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여인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의 본론에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어쩌겠다는 것일까?

... 이제부터 나는 이런 경험들을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한다."

    - 1851년 2월 7일  프리마돈나 폴린   (10-11p)


폴린은 열네 살 무렵 성에 눈을 떴고, 사촌의 가정교사인 마르그리트를 통해 첫경험을 하게 돼요.

십대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과 충동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폴린의 경우는 그 욕구가 또래보다 빠르고 더 강렬했던 것 같아요.

주목할 점은 어린 소녀 폴린이 사랑에 눈을 뜨면서 여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폴린은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서 은밀한 쾌락에 빠져들면 어떻게 되는지, 여성과 남성의 경계와 차별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다른 경험을 했다면 성에 관한 가치관과 취향도 완전히 달라졌을 거예요. 

사랑이라는 진실한 감정을 느끼기 전에 성애에 몰두하게 되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 중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쩌면 폴린은 사랑과 쾌락 사이의 모든 경험을 보여줌으로써 성에 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여자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성에 관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정숙을 강조하는 고리타분한 설교가 아닌 실제 경험담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사실의 기록일 뿐이에요.

문득 <폴린>이 만약 2021년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 쓴 회상록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반응이 쏟아질지 궁금하네요.


"세상에는 두 가지 도덕뿐이야."

하나는 부르주아 사회의 규율에 묶인 공중도덕이다. 누구라도 어기면 탈이 난다.

또 다른 하나는 이성 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적 도덕이다. 

쾌감이 여기에 가장 크게 반발을 했다.

물론 내게는 어려운 윤리 문제라 막연히 짐작할 뿐 딱히 정의하기 어렵다.

어쨌든 윤리는 분명 이중성을 지닌 듯했다. (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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