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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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히면서 할 말을 잃게 될 거예요.

의심과 두려움은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다시 분노로... 복수는 끝나지 않았어요. 

아메리칸 드림 이면에 숨겨진 잔혹한 인종차별과 폭력, 혐오와 증오가 넘쳐나고 있어요.

더 이상 감출 수 있는 미국의 현실을 보았어요.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한국계 미스터리 작가 스테프 차의 LA 타임스 도서상 수상작이라고 해요.

제목에서 풍기는 섬뜩함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소설을 통해 비극적 사건이 재구성된 것을 보니 확연히 달랐어요.

이건 단순히 짐작해서 알 수 있는 내용, 그 이상의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어서 저한테는 충격 그 자체였어요.

우선 이 소설에 모티브가 된 '두순자 사건'을 언급해야 될 것 같아요.

1991년 3월, 코리아타운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한국인 두순자 씨가 열다섯 살의 흑인 소녀 라타샤를 강도로 오인하여 총격을 가해 살해했어요. 이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에는 네 명의 백인 경찰이 검문하던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 있었어요. 연이은 두 사건으로 인해 흑인들의 분노는 커졌고 다음해에 LA 폭동 사태가 일어났어요. 당시 미국 언론들은 '두순자 사건'을 집중 보도하여 한국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 갈등을 야기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어요. 언론의 힘을 빌려 흑인들이 백인들에 대해 갖는 분노를 한국인에게 돌아가게 만든 것이었어요. 마치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가 한국인과 흑인 간의 갈등인 것처럼 몰고 간 언론들 때문에 끔찍한 유혈 사태라는 비극을 맞았어요. 

소설은 1991년과 2019년을 교차하며 비극의 전말을 보여주고 있어요.

처음엔 서로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각각의 사연들이 3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는 소름이 돋았어요. 

주인공은 LA 한인 마켓에서 약사로 일하는 그레이스 박이에요.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인 그녀는 평범한 우리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에요. 한인 마켓에서 벌어진 피격 사건으로 인해 잊혀졌던 비극이 재현되고 있음을 깨닫게 돼요. 뉴스에서 보도되는 온갖 사건들을 타인의 일이라고 여기면 그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어요. 그러나 그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그때의 진실은 더 이상 감출 수도 없고, 감춰서도 안 될 일이 되는 거예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착각했을 뿐이에요. 진실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어요.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순 없어요. 애초에 차별이 만들어낸 혐오, 증오라는 나쁜 마음들이 인간을 파괴하고, 이 사회를 비극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작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니 너무도 심각한 문제라는 걸 느꼈어요. 이제는 우리가 겪는 일이 아니라고, 몰랐던 일이라고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비극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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