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녀탐정록 1 책 읽는 샤미 2
신은경 지음, 여나라 그림 / 이지북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시대에 소녀 탐정이라고요?

신박한 추리 동화가 나왔어요. 바로 <조선소녀탐정록> 1권이에요.

우선 주인공 홍조이를 소개할게요. 열세 살 조이는 홍 판서 댁 외동딸로 바느질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말괄량이 소녀예요.

홍 도령의 책들을 몰래 가져다 읽다가 아버지께 혼이 날때면 속상했어요. 공부로 겨룬다면 어떤 사내든지 이길 자신이 있지만 여자라서 그럴 기회가 없어요. 근래 김 판관 댁과의 혼담이 오가고 있어서 조이의 마음은 심란했어요. 사실 조이의 마음 속에는 오라버니의 친구 윤 도령이 있지만 그는 서자, 즉 첩의 자식이라 신분이 달랐어요. 아버지인 윤 참판한테도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나리라 불러야 하는 신분이었어요. 조이의 아버지 홍 판서 역시 자신의 아들이 서자와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시무룩한 조이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유모가 홍 도령의 방에서 책을 가져왔는데, 그 안에 종이 한 장이 떨어졌어요. 종이에는 임금의 어머니인 대비를 비판하는 벽서가 들어 있었어요. 너무 놀란 조이가 허둥대며 벽서를 책 안에 끼워 넣는데 유모와 함께 방물장수가 들어왔어요. 방물장수에게서 마노로 만든 뒤꽂이를 산 조이는 기분이 좋았지만 이튿날 집안에 큰 소동이 벌어졌어요. 포졸들이 육모방망이를 휘두르며 들이닥쳤고, 안채에는 다모들이 몰려와 방 안을 헤집고 다니는데 그 중 한 명이 어제 왔던 방물장수였어요.

조이는 역모죄에 휘말린 아버지, 오라비와 함께 의금부에 끌려갔어요. 그제서야 방물장수 행색으로 염탐 나온 다모에게 벽서를 들켰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옥에 갇혀 있는 조이에게 윤 도령이 찾아와 오라비 정우의 서찰을 건네주었어요.


조이야.

이번 일에 네 잘못은 없다. 모든 게 나라가 잘못돼서 벌어진 일이란다.

그러니 너를 탓하며 스스로 괴롭히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너보다는 벽서를 쓴 오라비가 집안에 죄인 아니겠니.

허나, 나는 조금의 후회가 없으니 너도 그리 하거라.

조이야.

세상이 미쳐갈수록 여인이 살기는 힘들어진다.

어떤 모진 일을 겪더라도 자신을 부끄러워하거나 탓하지 마라.

다시 만날 때까지 잡초처럼 살아남아라.

꼭 살아남아라.

그리고 절대로 아버지와 오라비 때문에 울지 마라.    (46-47p)


며칠 뒤 조이는 좌포청 관비가 되었어요. 이때 조이는 수많은 조이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조이'는 조선에서 여인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말이라 여인들 중 거의 절반이 '조이'였던 거예요. 조이는 아버지가 딸아이 이름 짓는 수고가 번거로워 대충 '조이'라고 지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상황이 되고 보니 서러웠어요. 세상 모든 하찮은 물건조차도 이름 하나씩은 가졌는데 자신은 제대로 된 이름 하나 없이 살아왔으니 울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라비와 한 약속을 떠올리면서 꾹 참았어요.

그곳에서 조이는 분이를 만나 탐정 다모를 꿈꾸게 되고, 공교롭게 '검은 말 도적단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알아냈어요. 

1권은 소녀 탐정 홍조이의 탄생을 알리는 내용이라 시대적 배경과 주변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조선 시대에 차별과 억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 때문에 불편하거나 기분 나쁠 수 있어요. 하지만 조이는 고난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주인공 조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라서 그걸 버텨내는 무엇보다도 '검은 말 도적단 사건'에서 기가 막힌 한자 풀이법으로 비밀을 밝혀내는 부분은 정말 멋졌어요. 한자는 '파자'라는 수수께끼 놀이가 가능한 문자라서 재미있어요. 한자를 부수로 쪼개거나 분리하면 새로운 의미의 글자를 만들 수 있어요. 똑똑한 조이는 '파자'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면서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냈어요. 소녀 탐정의 서막을 알린 거죠.

과연 '검은 말 도적단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이며, 앞으로 탐정 조이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요.

다음 이야기가 무진장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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