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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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심리학>은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의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 베티나 파우제의 책이에요.

저자는 '냄새' 연구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라고 해요. 학과장으로서 그가 이끄는 생물, 임상, 사회 심리학 통합 과정은 독일 대학 내에서 유일하다고 해요.

생물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을 결합한 연구라는 점이 특별한 것 같아요. 그건 실험실에 갇힌 연구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열려 있는 연구라는 의미로 여겨져요. 저자와 연구팀은 후각에 따른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후각이 인간 인지 및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30년 이상 연구해 왔다고 해요. 

이 책은 일반 대중을 위한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인문교양서라고 할 수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라는 거예요.


다른 감각에 비해 후각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어요. 후각이 베일에 싸여 있었던 건 지난 몇 세기 동안 몇몇 사상가들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지금껏 후각은 사회에서든 대학에서든 연구분야에서든 관심 밖의 대상이었으니 후각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없었던 거예요. 후각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후각이 인간이나 이성, 행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도 믿기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었던 거죠. 

저자는 후각 연구가 흥미로운 후각 세계로의 여행에서 이제 막 발을 뗀 단계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선 감정과 정서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어요. 여기서 간과한 것이 냄새, 즉 후각의 중요성이에요. 편안한 냄새는 편안한 정서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해요. 반면 불편한 냄새는 불편한 정서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고 멀리하려고 해요. 이처럼 냄새는 반응 양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우리가 명확하게 아는 건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냄새들뿐이에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냄새를 맡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데, 그 행동의 이유를 모르니 문제가 되는 거예요.  

인간의 체취가 아무것도 유발하지 않는 건 불가능해요. 한 사람의 화학(케미)은 뇌에 아주 중요한데, 예를 들어 나와 상반된 의견으로 논쟁하는 직장 동료가 사무실에 들어오면 코는 당연히 그 냄새를 바로 알아차리고 편안함은 순식간에 사라져요. 실험 결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때 낯선 사람의 냄새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해요. 사실 '냄새'라는 주제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해요. 작품 속 주인공은 후각 덕분에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찾는 장면이 나와요. 사람들은 저마다 특정 냄새에 대한 기억이 있고, 그 기억으로 행복감과 같은 감정이나 정서까지 느낄 수가 있어요. 이러한 현상을 학술적으로 프루스트 효과 또는 마들렌 효과라고 불러요. 그러나 냄새는 사람마다 반응하는 민감도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흥미로운 후각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친구가 많은 사람일수록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해요. 사람 냄새를 비롯하여 주변 냄새를 아주 정확하게 인지하는 사람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사회적 관계망도 더 단단하다고 해요. 또한 상대방에게서 편한 냄새가 날수록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단 열두 시간의 단식으로 체취가 달라지며, 이 달라진 냄새를 다른 사람들이 금방 알아차린다는 거예요. 체코 프라하의 행동 연구자인 얀 하블리체크의 실험에서는 체취 기증자들에게 이틀 동안 단식을 부탁했는데, 단식을 끝낸 사흘 뒤 채취한 냄새가 단식 시작 전이나 단식하는 동안 풍긴 냄새보더 덜 강했고, 더 편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고 해요. 대부분 체취는 식단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서로 친해지려면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해요. 코는 상대방의 타협 의사를 아주 잘 감지해내며 화학적 의사소통으로 제 주인의 타협 의사도 전달해준다고 해요. 

따라서 냄새의 사회적 영향력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의식하고 노력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냄새를 풍기며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냄새의 심리학 덕분에 코가 얼마나 큰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더 행복해지는 방법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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