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의 왕 : 탑의 소녀 나르만 연대기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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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왕 : 탑의 소녀>는 나르만 연대기 1권이에요.

저자가 히로시마 레이코라서 놀랐어요. 이제까지 읽었던 작가의 동화와는 결이 다른 판타지 동화인 데다가 왠지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멋졌어요. 특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반자의 날개 배는 상상을 자극하는 굉장한 요소이자 여기 판타지 세계를 상징하는 물건이란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그동안 히로시마 레이코의 동화에는 유령, 혼령, 마법이 등장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신기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나르만 연대기는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처음엔 탑에 갇힌 공주를 구하는 라푼젤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왕자 대신 떠돌이 소년 하룬이 공주를 구했는데, 원래 구출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에 얼떨결에 탈출까지 성공했다는 점일 거예요. 물론 현실이나 판타지 세계나 그냥 우연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랄까.

소년 하룬은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어요. 누가 알 수 있었겠어요, 운명의 힘을.

하룬은 누명을 쓰고 그 벌로 마른 우물에 던져졌고, 그건 이미 죽은 목숨이란 뜻이었어요. 그런데 하룬은 놀랍게도 살아났을 뿐만이 아니라 탑에 갇힌 공주도 구출해냈어요. 이상한 건 공주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공주를 위해 하룬은 '파라'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하룬이 파라에게 느낀 감정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직 파라를 지켜주겠다는 마음, 그건 사랑일까요. 이래서 사랑은 운명에 비유되는 것 같아요. 큐피트의 화살을 맞은 듯 가슴에 쾅 박히는 사랑.

우와, 어린이 판타지 동화가 아니었다면 백퍼센트 핑크빛 로맨스가 펼쳐졌을 텐데... 음, 순수한 사랑을 응원해요~


1권을 다 읽고나서 프롤로그를 다시 읽었어요. 그 내용은 바로 나르만 제국이 탄생하게 된 은밀하고도 놀라운 이야기였어요.

대상의 호위무사였던 한 젊은 남자가 사막에서 길을 잃었는데 밤하늘에 번쩍번쩍 바다처럼 아름다운 푸른빛이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화살을 쏘았어요. 그러자 하늘에서 빛나던 빛이 땅으로 뚝 떨어졌고, 그것은 거대한 흑조였어요. 흑조는 부리에 반지 하나를 물고 있었는데, 반지에는 황금으로 된 고리 위에 소용돌이치는 정교한 무늬가 새겨졌고, 그 위에 박힌 큼직하고 새파란 보석이 반짝였어요. 남자는 죽어 가는 흑조에게 다가가 부리에 물린 반지를 낚아챘고, 그 순간 남자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그 남자는 인간이 아닌 '그들'을 거느리는 왕이 되었어요. 

'그들'의 정체는 마족으로 인간에게는 없는 마력을 지녔는데 일부 학자 중에는 마족을 추락한 신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원래 마족은 인간을 싫어해서 깊은 밀림이나 컴컴한 동굴, 혹은 하늘의 구름 속이나 바다 깊은 곳에 살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신은 한 인간을 마족의 왕으로 선택했고, 신에게 선택받은 그는 마족들을 자유롭게 부리는 힘을 얻어 하룻밤 만에 사막 한가운데에 나르만을 세웠으니, 그가 바로 초대 나르만 왕인 이슈트날이에요.

나라가 세워진 지 370년, 현재 나르만 왕국의 왕은 우르반이며 나르만 사람에게 마족은 기이한 모습을 하고 기이한 힘을 지닌 왕의 하인이 되었어요. 마족 입장에서는 자유를 잃어버린 왕의 노예가 되어버린 거죠.

마족은 크게 세 민족으로 나뉘는데, 땅과 연결된 백의 민족, 불의 힘을 지닌 적의 민족, 공기와 물을 아끼는 청의 민족이 있으며, 각각의 민족을 지키는 세 명의 마왕이 있다고 해요. 백마노 바위굴에 계시는 백의 왕, 불꽃 왕좌에 앉으신 적의 왕, 천공과 물 틈새에서 쉬시는 청의 왕은 마족 중에서도 특별한 힘을 지녔으며 그건 마족의 영혼을 어둠으로부터 지키는 힘이라고 하네요. 마족은 강력한 마력을 지녔으나 분노와 증오, 슬픔 같은 어둠에 약한 존재라 쉽게 영혼을 잃을 수 있대요. 영혼을 잃은 마족은 마물이 되고, 무혼이 된다는 건 두렵고 수치스러운 일이래요. 그래서 마족은 자신의 영혼을 지켜 줄 왕을 구하는 거래요. 왕을 찾아가 이름을 맡기고, 그 왕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을 계약이라고 한대요. 이 세계에 태어난 순간, 마족은 모두 까만 눈을 지녔다가 계약을 나눈 뒤에는 왕의 색으로 물든대요. 적의 왕이라면 적색으로, 백의 왕이라면 백색으로, 청의 왕이라면 청색으로 물드는 거예요. 나르만에 머무는 마족들은 눈동자가 전부 청색이었으니까 그들은 청의 왕에게 속한 마족이었던 거예요.

판타지 장르는 역시 세계관이 멋져야 끌리는 것 같아요. 사막 위에 세워진 나르만 제국과 마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네요.

신비로운 나르만 연대기, 과연 탑의 소녀 '파라'는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파라 곁을 지키는 하룬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읽으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정말 매혹적인 판타지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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