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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평점 :
<브라이턴 록>은 그레이엄 그린의 1938년 작품이에요.
미국과 영국추리작가 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선에 꼽히는 걸작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어요.
영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전혀 없었는데, 브라이턴은 해변 휴양지이면서 범죄 도시로도 유명했던 도시라고 해요.
빛과 그림자, 선과 악...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은 끊임없이 이쪽과 저쪽이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추리소설이나 범죄영화를 보면 공포와 미스터리로 가득찬 신세계라고 느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미지의 신세계가 현실의 단면이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는 현실 세계에서 이미 열려 있었고,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헤일은 브라이턴에 온 지 세 시간도 안 되어서 그들이 자기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9p)
이 소설의 첫 문장이에요. 1930년대의 브라이턴은 유명한 바닷가 휴양지인데 헤일은 이곳에 온 이유가 따로 있어요. 특정 장소에 은밀하게 카드를 가져다 놓는 일을 해야 해요. 휴가를 즐기는 인파 속에서 불안한 이 남자는 누구의 위협을 받는 걸까요. 몹시 궁금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았는데 헤일이 두려워했던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당황했어요. 열일곱 살의 핑키가 갱단의 보스라니!!!
헤일은 주인공이 아니라 핑키에게 당한 희생자였어요. 헤일은 핑키의 손아귀를 피해 30대 후반의 아마추어 탐정인 아이다와 동행하지만 비극을 피할 수는 없었어요. 헤일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게 된 아이다는 사건을 조사하게 됐어요. 핑키를 추격하는 아이다, 가뿐하게 따돌리는 핑키. 단순히 핑키와 아이다의 대결 구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는 중요한 인물이 숨어 있어요. 열여섯 살 소녀 로즈, 그녀는 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복합적인 인물이에요. 그녀의 선택을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악마는 선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법이니까요. 로즈는 자신의 사랑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고, 그 맹목적인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르고 있었어요. 열여섯이라는 나이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잔혹한 청소년 범죄 때문에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도 쫓는 탐정과 쫓기는 범죄자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복잡미묘한 문제들이 들어 있어요. 추리소설이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네요.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
소설 제목인 브라이턴 록은 브라이턴 해변에서 파는 막대 사탕의 이름이에요. 막대 사탕 안에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핥아 먹든 깨물어 먹든 그 글자를 볼 수 있다고 해요. 그레이엄 그린은 우리들에게 각자의 브라이턴 록을 들여다보게 만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