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는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책이에요.

 NHK 다큐 <욕망 시대의 철학>으로 일본에서는 화제가 된 철학자와의 대담이었나봐요.

이 책의 제목은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계속 언급했던 표현이라고 해요. 철학자가 바라볼 때 지금 이 세계는 좋았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현 세계의 다섯 가지 위기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가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자본주의의 위기, 테크놀로지의 위기, 표상의 위기.

솔직히 철학자의 통찰에 놀라웠어요. 막연한 불안이나 위기감이 아닌 현실을 꿰뚫는 정확한 분석이라서, 그동안 실체를 몰랐던 세계를 갑자기 직면하는 느낌이었어요.

철학이 어려운 이유는 언어의 한계 때문인 것 같아요. 언어는 하나의 실체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고,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즉 철학자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인지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언어와 해석을 언급한 건 독일 철학자와 일본 저널리스트가 만나 영어로 대화한 내용을 일본어로 정리하여 출간한 책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이 책을 읽고 제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다만 철학자가 주장하는 이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주장하는 주요 개념은 'New Realism'이에요.

이 책에서는 '신실재론'으로 번역되었어요.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은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난 신실재론과 차이가 있으며,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독자적 이론이라고 해요. 신실재론이란 '모든 일'을 포괄하는 단일한 현실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며 여러 개의 현실이 있다는 뜻이에요. 즉 현실은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존재하며, 복수의 현실은 하나의 현실로 환원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최근 신실재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디지털 혁명의 결과로서 나온 견해이기 때문이에요. 근래 50년 사이에 세계는 완전히 디지털화되었고, 그 디지털 과정 자체가 현실을 뒤바꿔버렸고, 우리의 인식도 완전히 바뀌었어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극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실 fact 과 가짜 fake 의 경계선, 허구와 사실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생각은 포스트모던의 철학적 사고의 결과로 생성된 것이라고 해요.

우리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계에 살고 있는데, 신실재론은 그 경계선을 다시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 하는 물음이라고 해요. 누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적합한 이유를 근거로 옳은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예요. 모든 것이 가짜라고 여기며 의심하기보다는 실제로 무엇이 진실인가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해요.  저자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답을 찾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요. 철학자의 해법, 새삼 철학의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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