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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1년 4월
평점 :
<인간 연습>은 조정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2006년 출간된 작품을 2021년 개정판으로 새롭게 나왔어요.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간첩 윤혁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윤혁은 남한에 살고 있는 절친과 접선할 계획이었으나 그 절친의 신고로 바로 체포되었고, 감옥에 갇혔어요.
감옥에서 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끝내 전향하지 않았던 윤혁. 그러나 혼절한 상태에서 강제로 전향자가 되어 30년여만에 풀려났으나 그 어느쪽에도 속할 수 없는 변절자 신세가 되었어요. 전향자로서 세상에 나왔으나 담당 형사의 관리 아래 일거수일투족 검열당하는 윤혁은 생존을 위해 굴욕과 모욕감을 견뎌내야 했어요.
윤혁은 유일한 동지였던 박동건의 죽음으로 크게 상심했고, 평생을 바쳐온 이념과 사상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저자는 이 소설이 분단문제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진정한 작가란 어느 시대, 어떤 정권하고든 불화할 수박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 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정치성과 전혀 관계없이 진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진보성을 띤 정치 세력이 배태하는 오류까지도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끝없는 불화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6-7p)
어쩌면 주인공 윤혁이 자신의 삶을 글로 써내려가는 그때에 진정한 작가로서 거듭난 게 아닌가 싶어요. 윤혁은 세속적인 관점에서는 실패자의 전형이지만 전인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윤혁은 모진 고문과 오랜 감옥 생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윤혁이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이념과 이상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신뢰와 사랑이었어요.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들을 믿고 사랑해준 어머니, 형수님 그리고 아내... 여기서 사랑은 이성간의 감정이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느꼈어요.
반면 박동건의 삶에는 이념과 이상만 존재할 뿐 사랑이 없었기에 이념과 이상의 몰락은 곧 죽음을 의미했어요. 허망한 죽음이었어요. 가족조차 외면한 죽음, 그건 너무 슬펐어요. 이념의 굴레에 묶여 가족들마저 죄인 취급을 당했으니 매질을 하는 손보다 빌미를 제공한 그를 미워했던 거예요. 분단된 조국, 분열된 가족, 파괴된 자아... 그래서 박동건의 유언은 허망한 죽음과는 별개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어요.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춰 있어요. 동족상잔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우리가 그 분단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에겐 그 아픔이 크게 와닿지는 않겠지만 <인간 연습>을 읽고나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