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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평점 :
단편소설은 싱싱한 활어 같아요.
펄떡이며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
신선하고 놀라워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은 2020년 응모된 수많은 단편 중 가장 빛나는 다섯 작품을 수록한 책이에요.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부분 수상작.
■ 김백상 _ 조업밀집구역
■ 윤살구 _ 바다에서 온 사람
■ 김혜영 _ 토막
■ 박선미 _ 귀촌 가족
■ 황성식 _ 알프레드의 고양이
<조업밀집구역>은 '먹고사는' 현실적인 주제를 살짝 비틀어버린 이야기예요. 뭔가 애쓰면 애쓸수록 점점 더 꼬이는 듯한 상황.
제목이 힌트였어요. 어선이 몰리는 지역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피 튀기는 전쟁이라는 것.
그래서 버틸 것이냐, 아니면 밀려날 것이냐. 다크호스였던 아들의 활약을 주목하면 될 것 같아요.
<바다에서 온 사람>은 가장 끌리는 작품이에요. 사랑에 빠져 육지로 올라온 인어의 최후를 보여주고 있어요.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 영화나 드라마 같이 환상적인 이야기로 펼쳐지진 않지만 그 인어의 정체 때문에 지나온 과정들을 짐작할 순 있어요. 이미 인어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도 신기하고 신비롭게 느껴졌어요. 마지막에 인어의 선택은 감동적이면서 동시에 인생 교훈을 주는 강렬한 피날레였어요.
"... 이런 굴곡들이 참 좋더라. 없애고 싶지 않거든. 계속 가지고 가고 싶어.
사실 처음부터 알고도 남기로 한 거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 내가...
그렇지만 내 인생이잖니. 내 선택이고. 후회하지 않아, 내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
그러니까..." (87-88p)
<토막>은 심야괴담에 나올 법한 이야기예요. 신체 일부분만 나타나는 귀신과의 동거.
주인공은 서른두 살 백수이자 아마추어 게이머인데 월세 지하 단칸방 한가운데에 갑자기 솟아난 머리 귀신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무슨 버섯도 아니고, 귀신이 왜 토막처럼 신체 일부분만 출몰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기현상을 해결하려고 병원도 가고, 각종 종교의 힘도 빌리지만 결국에는... 상상하면 너무나 소름끼칠 만한 장면인데 주인공의 심경 변화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토막의 주는 진짜 공포가 무엇인지, 그게 더 충격적이었어요.
<귀촌 가족>은 도시에서 귀촌해 온 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예요. 약간의 스릴과 긴장감이 깔려 있어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에요. 결말에 이르러서야 짧은 탄식이 나오는,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판의 승자를 확인할 수 있어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지만 이건 자업자득, 인과응보의 교훈을 주네요.
<알프레드의 고양이>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토리가 독특해요. 길고양이의 검고 매끈한 실루엣에 반해, 배트맨의 본명을 딴 '웨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주인공은 스스로 알프레드가 되었어요. 집사 중의 집사, 배트맨의 묵묵한 조력자 알프레드. 하지만 웨인은 자유분방한 길고양이라서 하루에 두 번씩,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만 창가로 찾아와 먹이를 먹고 가요. 주인공은 10년 전, 고등학생 시절에 왕따당하는 친구를 돕다가 도리어 말썽쟁이가 되었고, 그때부터 방에 틀어박혀 살고 있어요. 그런데 길고양이 웨인의 집사를 자처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불법촬영과 관련된 범죄를 목격하면서, 정의감에 불탔던 과거 주인공의 자아가 되살아나는 듯... 마치 알프레드가 배트맨으로 변신하는 듯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요. 짧지만 영화 같은 서사라서 흥미진진했어요.
색다른 다섯 편의 작품이 저마다 강렬한 여운을 남긴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