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민 투 드라이브 -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성장 에세이
마날 알샤리프 지음, 김희숙 옮김 / 혜윰터 / 2021년 4월
평점 :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봉쇄령이 내려진 적은 없어요.
집합금지 명령만 있었죠. 개인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에 별다른 제약은 없어요. 기본적인 마스크 착용과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말이죠.
그럼에도 불편함과 답답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만큼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제약이 있다면 힘들 수밖에 없어요.
2011년, 한 여성이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게 붙잡혔고 감옥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어요.
뭘 잘못했냐고요? 이유는 단 하나, 여성이 운전했기 때문이에요.
여성이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된 법률은 없지만 사우디 사회에서는 오르프를 어기는 일이라고 하네요.
오르프는 전통이나 풍습, 관습, 관행을 뜻하는 말로, 공식적인 법규는 아니지만 현행법처럼 통용되고 있어요.
처음엔 믿기 어려웠어요. 여성이 운전했다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거지?
중요한 건 '왜'가 아니라 '어디'였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여성에 관한 차별과 억압, 폭력과 통제가 당연시되는 나라.
운전하는 여성들을 끔찍한 범죄자 취급하는 나라.
가끔 해외뉴스를 통해 사우디 여성의 이야기를 접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어요.
단순히 운전을 금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기본권을 짓밟는 제도와 전통, 종교가 혼재된 세계라는 점이 문제였어요.
세상은 변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물 안 세상처럼 과거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고, 그로 인한 고통은 오롯이 여성들의 몫이에요.
사우디 여성으로 산다는 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죄수의 삶과 다를 바 없어요. 여성으로 태어난 죄.
<위민 투 드라이브>는 사우디 여성인 마날 알 샤리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그녀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여, 사우디 국영 아람코 정유회사에 정보보안 직원으로 채용된 사우디 최초의 여성이에요.
평범한 그녀가 어떻게 #위민투드라이브 #Women2Drive 운동의 시초가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트위터 계정 @위민투드라이브 @Women2Drive (프로필 소개란에 '6월 17일, 모든 사우디 여성들에게 운전하자고 호소합니다.'라고 썼음) 등록을 했고, 며칠 만에 수천 명이 팔로우하면서 지지하는 이들이 생긴 동시에 요주의 인물이 되었어요. 다른 젊은 여성들과는 달리 이혼녀이자 경제적으로 자립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을 공개한 동영상을 올렸던 건데 그로 인해 쓰라린 대가를 치러야 했어요. 이후 #위민투드라이브 운동이 확산되었고, 사우디 블로거 이만 알나프잔 박사가 이끄는 2013년 캠페인이 이어졌어요. 2014년에는 또 다른 활동가 루자인이 자신의 차를 운전해 아랍에미리트에서 사우디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되었고, 여성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이 계속되었어요.
저자 마날 알 샤리프가 이끈 위민투드라이브 캠페인에서 2011년 6월 17일을 여성들이 운전하는 날로 정했고, 이 책은 2017년 6월 13일 출간되었어요. 공식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운전 금지 규정이 해제된 날짜는 2018년 6월 24일이에요. 여성운전 금지령이 해제되었다는 건 굉장한 이슈지만 딱 그만큼의 변화였다고 볼 수 있어요. 여전히 억압받는 여성들이 존재하며, 투쟁은 지속되어야 해요. 저자가 CNN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핵심인 것 같아요.
"비는 한 방울의 물로 시작됩니다." (233p)
<위민 투 드라이브>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삶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한걸음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줬어요. 우리는 소중한 한 방울의 물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