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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평점 :
"우리 누구도 벗어날 수는 없어. 그저 통과하는 수밖에......" (35p)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면 남겨진 사람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까요.
그 무엇도 슬픔을 사라지게 할 순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그 슬픔이 가라앉을 뿐.
어느새 4월은 애도의 달이 된 것 같아요. 봄비에 떨어지는 벚꽃잎처럼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는 주인공 레니 워커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이에요.
열일곱 살의 레니는 4주 전에 언니를 잃었어요. 베일리 언니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리허설 도중에 치사성 부정맥으로 쓰러졌고 언니의 심장은 멈춰버렸어요.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어요.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가고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장례식을 치르고 한 달 뒤, 레니는 학교를 갔고 밴드부에서 전학 온 남학생 조 폰테인을 만났어요. 차석 클라리넷 연주자인 레니의 빈자리를 조가 대신하고 있었던 거예요. 슬픔에 빠진 레니 앞에서 활짝 웃어주는 조에게 살짝 끌렸지만 밥맛 없는 레이철에게 웃어주는 걸 보니 열이 확 올랐어요. 헤벌쭉한 멍청이를 히스클리프와 닮았다고 생각하다니, 착각이었어요. 히스클리프는 독서광 레니가 좋아하는《폭풍의 언덕》의 주인공이에요.
학교에 간 첫 날, 처음 만난 조 폰테인과 나눈 짧은 대화와 절친 사라의 격렬한 포옹 이후 레니는 유령처럼 지내고 있어요. 모두를 피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레니의 슬픔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
토비는 언니의 남자친구인데, 장례식 이후 매일 레니의 집 정원에 들렀어요. 할머니가 토비를 걱정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거든요.
언니가 살아 있을 때는 토비와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언니의 죽음 이후 달라졌어요. 토비와 레니는 둘다 사랑하는 베일리를 잃었다는 슬픔 때문에 급속히 가까워졌어요.
지금 레니는 슬픔 이외에도 매우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여 있어요. 사춘기 소녀의 성호르몬 과다분출이 원인일까요, 뜬금 없는 욕정의 정체는 뭘까요.
사방에 벽을 두른 채 혼자 고립되기를 선택한 레니에게 찾아온 들끓는 감정은 어쩌면 사랑일까요.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벚꽃처럼 열일곱 소녀의 마음을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그걸 알기에 레니의 방황이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슬픔의 바다에 빠진 레니에게도 일상은 이어지고 있어요.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아무리 슬퍼도 살아야 하니까.
사실 남겨진 이들이 사랑의 감정이나 행복을 느끼는 것이 잘못되었거나 틀린 게 아닌데, 오히려 마음껏 웃을 수 없게 만드는 건 주위 환경인 것 같아요. 어설픈 위로와 부담스러운 배려 때문에 레니는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스럽게도 레니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네요. 한없이 푸른 하늘과 찬란한 흰 구름, 이런 하늘 아래 뭔가 잘못될 리 없다는 그 마음으로 견뎌낼 수 있으니.
지금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슬퍼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따스한 위로를 전해주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