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곤충을 좋아하면 안 되나요? - 곤충이라면 어디든 달려간 곤충학자 에벌린 똑똑한 책꽂이 23
크리스틴 에반스 지음, 야스민 이마무라 그림, 엄혜숙 옮김 / 키다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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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학자 에벌린을 아시나요?

우리에게 익숙한 곤충학자는 파브르, <파브르 곤충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곤충학자 에벨린은 처음 들어 봤어요. 책 제목에서 이미 짐작했지만 에벌린은 여성 과학자예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직업의 세계에서 개인의 능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여성과 남성간의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과학계도 마찬가지인데, 남성 중심의 문화를 가진 나라일수록 여성 과학자들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하네요.


<여자는 곤충을 좋아하면 안 되나요?>는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에요.

곤충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정도로 열정적인 곤충학자 루시 에벌린 치즈맨에 관한 이야기예요.


"1881년 에벌린 치즈맨이 태어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자아이들이란 조용하고, 깨끗하고,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자아이들은 절대로 곤충을 잡으러 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에벌린은 갔어요."


놀랍게도 2021년, 자그마치 1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니면서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게 되더라고요. 곤충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던 아이가 주변 친구들이 싫어하고 놀라니까 점점 똑같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놀랐어요.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아이들에게는 올바른 젠더교육이 필요해요.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에벌린이야말로 좋은 롤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에벌린은 성차별이 심했던 시대를 살았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여성은 투표권도 없고, 대학도 갈 수 없었던 때라서, 에벌린은 절대 수의사가 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에벌린은 병든 동물들을 도울 수 있는 다른 길을 택했고, 개를 돌보는 간호사가 되었어요. 우연히 런던 동물원에서 곤충의 집을 운영할 사람을 모집했고, 에벌린은 찾아갔어요. 당시 남자 사육사들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느라 방치되어 있던 곤충의 집을 에벌린이 맡게 되었어요. 에벌린은 비어있던 곤충의 집을 자신이 채집한 곤충들로 가득 채웠고, 많은 사람들이 곤충을 보려고 몰려들었어요.

1924년 에벌린은 열대 곤충을 조사하러 가는 탐험에 대해 들었고,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첫 번째 해외 원정을 떠났어요. 하지만 혼자 탐험을 떠나고 싶었던 에벌린은 1925년을 시작으로 여덟 번이나 혼자 탐험하며 곤충 채집을 했어요. 

에벌린은 자서전에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인내라 불러야 한다."라고 썼다고 하네요. 대단하죠? 어려운 환경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 그건 열정이라고 불러야겠지요.

에벌린은 7만 점 이상의 표본을 수집했고, 그 표본들을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했대요. 

1954년에 에벌린은 마지막 탐험을 했는데, 그때 73세의 나이로 고관절 수술을 한 뒤였대요. 195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에벌린의 과학적 공로를 인정하여 대영 제국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고 해요. 탐험을 그만둔 뒤에도 에벌린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했고,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지금까지 적어도 69종이 에벌린의 이름을 따서 이름 붙여졌대요. 평생 곤충과 함께 했던 곤충학자 에벌린은 과학자로서도 훌륭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한계를 극복해낸 선구자였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워요.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파브르라고 불리는 곤충학자가 있대요. 바로 정부희 선생님이에요. 

우와, 이 책 덕분에 훌륭한 곤충학자 두 분을 알게 되어 좋았어요. 여자라서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여성 과학자들이 보여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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