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 열여덟 살의 성착취, 그리고 이어진 삶
강그루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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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는 한 사람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담아낸 실화예요.

너무나 아파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일까요.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저 따스하게 안아주는 일.


이 책을 읽는 내내 제가 느낀 감정은 분노였어요.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

겨우 열여덟 살의 여고생을 속이고 기만하여 그들이 얻어낸 쾌락은 철저하게 응징되어야 할 범죄예요.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활개치며 살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것이 너무나 화가 났어요.

과연 이 사회의 어른들은 무엇을 했나...

나이만 들었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소녀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알게 되었네요. 소녀가 만난 어른들은 세상을 좀 살아봤다고, 그 알량한 지식으로 소녀를 속였어요.

그 배신감과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네요. 그걸 그냥 악취라고 표현했지만 끔찍한 상처였다고 생각해요. 상처는 치료하면 아물 수 있어요. 그런데 소녀에게 생긴 성착취의 상처는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네요. 왜 그랬을까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성범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가해자는 뻔뻔하게 책임 전가를 하고,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범죄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고 있어요. 피해자는 본인이 감당해야 할 고통뿐 아니라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내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것은 잘못된 사회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성범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삐뚤어진 성인식이 수많은 피해자들을 짓밟고 있어요. 

저자는 솔직한 고백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거예요.

다시는 자기와 같은 아이가 생기질 않았으면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어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의 고통과 외로움,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품에서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상처일 것 같아요. 원망과 미움... 사실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화가 나서, 책을 덮은 뒤에도 그 감정 때문에 시달렸어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범죄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들을 처벌하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우리 일상에 숨어 있을 테니 아무도 안전하지 않아요.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과연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지,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가 없도록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위로나 응원의 말 대신, 마음으로나마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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