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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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이어령님이 세상을 떠난 딸에게 보내는 편지글이에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여전히 아물지 않는 상처, 그 아픔에 대해.

처음엔 딸을 잃은 슬픔을 독백처럼 썼다고 해요. 그 독백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가 되었고, 어느덧 딸에게 이야기하는 글로 바뀐 거예요.

애도의 시간들... 그 심연을, 저는 감히 짐작할 수 없어요. 사실 상상조차 두려워서 외면했던 감정이라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매번 굿나잇 키스를 보내고 있어요. 언젠가 딸이 대답해줄 날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그 슬픔이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때론 그 슬픔이 너무 커서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기도 하지요.

어떻게 그 슬픔에 대처해야 할까요. 과연 그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을 알 수 없어요.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의 무게가 바로 사랑의 크기였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보고 싶고, 그리워서 슬픈 거라고.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숟가락 두 개만 놓을 수 있는

식탁만 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 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 오면 작은 우산만 한 지붕을

바람이 불면 외투 자락만 한 벽을

저녁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놓을 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 대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 한 채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무실 수 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78-79p)


이 시는 굿나잇 키스로 썼다고 해요. 시 한 편의 집을 남긴 것은 딸이 편안히 머무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저자가 평생 꿈꿔오던 집이기도 해요.

사랑하는 딸이 태어나고, 첫사랑을 만나 결혼하고, 그리고 아이들을 낳고... 그때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딸에게 이야기하는 아버지는, 편지를 통해 영혼의 집을 짓고 있었네요.

아버지란 무엇이며, 아버지에게 딸의 존재란 무엇일까요. 또한 딸에게 아버지의 존재란 무엇일까요.

딸을 위한 굿나잇 키스로 쓴 시들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안타까움이 느껴졌어요. 진작 이 시를 딸에게 보여줬더라면 아빠의 무표정 속에 숨어 있던 사랑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저자는 딸에게 너를 낳고 아버지가 된 순간 자신은 글 쓰는 사람도, 교수도, 언론인도 아닌 한 아버지로서 딸과 함께 태어났다고 이야기하네요. 부모가 되어보니, 그 말의 의미를 알겠어요. 아이의 탄생은 한 인간이 부모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기도 해요. 그 벅찬 감동을 알기 때문에 눈물이 나네요. 울어도 괜찮다고...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가슴이 먹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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