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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평점 :
<유다>는 아모스 오즈의 장편소설이에요.
정말 희한하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유대인들은 유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요.
기독교인들에게 유다의 존재는 '배신자'라는 상징적인 인물일 거예요. 유다에게 내려진 저주는 유대인들의 비극적인 운명과도 맞물려 있으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분쟁을 그러한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했지, 제대로 그 역사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어요.
만약 유다가 없었다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아주 잠시, 유다에 대해 생각했던 적은 있어요. 히틀러처럼 역사에서 도려내고 싶은 인물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본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어찌됐든 인간의 실수는 반복되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유다가 아니었어도 또다른 유다가 등장했을 것이고, 역사는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유다는 존재가 아닌 상징으로 기억된 게 아닐까 싶어요.
<유다>는 1959년 말에서 1960년 초 겨울 동안, 대략 3개월이라는 시간에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주인공 슈무엘 아쉬는 스물다섯 살의 젊은이로 사랑도 실패했고, 연구에 진척도 없는 데다가 부친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상황까지 악화되어 석사 학위 과정을 중단한 채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우연히 카페테리아 옆 게시판에서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어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미혼 남학생,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는 세심한 대화가 가능한 분.
저녁마다 다섯 시간 정도 학식이 깊고 지적인 일흔 살 장애인 남성에게 말동무를 해 주시면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소액의 월급도 지급함.
이 장애인은 자력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도우미가 아닌 말동무가 필요함.
...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면접에 통과한 사람은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해야 함. (26p)
그 장애인은 일흔 살의 게르숌 발드였고, 과부가 된 자신의 며느리 아탈리야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발드와 슈무엘의 대화, 그리고 슈무엘과 아탈리야의 미묘한 관계가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어요. 유대인들에 눈에 비친 예수와 유다, 특히 가룟 유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유대인들을 미워하는 자들은 항상 유대인들을 가룟 유다로 여겼다는 것. 그러나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새로운 유대인들은 전혀 강하지도 악의적이도 못하다는 것. 그들의 대화와 논쟁은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끊임없이 격돌하는 투쟁처럼 느껴지지만 그로 인해 관계가 깨지거나 멀어지진 않아요. 오히려 알 수 없는 친밀감이 형성되고 있어요.
아탈리야는 불행한 삶을 살아온 여성이며, 그 이면에는 아버지 아브라바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아랍인과 유대인들의 공존과 평화를 원했던 이상주의자였던 아버지는 모두에게 미움을 받았고 배신자라고 불렸어요. 과연 그는 배신자일까요. 발드와 슈무엘은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쉽지 않은 토론을 하고 있어요. 갈라지고 분열된 세상,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다처럼 외면당하는 진실 속에서 진정한 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유다>는 아모스 오즈의 유작이라고 해요. 세상을 뜨기 두 달 전 암으로 투병하면서 마지막 인터뷰를 남겼어요.
"삶 자체가 배신이다. 부모의 꿈으로 태어나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며 첫 꿈의 고결함대로 살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닌가.
타협이란 배반의 한 형태다." (517p)
"... 자네가 머지않아 자네의 길을 가고 나면 나는 여기서 가끔은 자네를 그리워하겠지,
주로 빛이 빠르게 스러지고 저녁이 뼛속으로 스며들 무렵,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말일세.
나는 이별과 이별 사이를 살고 있군." (43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