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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특별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과학적으로 99.9999997 퍼센트 정확한 'DNA 매치'가 당신의 완벽한 파트너를 찾아줍니다!
당신은 'DNA 매치'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더 원 THE ONE>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운명의 짝을 찾아주는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SF영화에도 종종 등장했던 소재라서 낯설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전자가 알려주는 운명적 사랑이 과연 완벽한 사랑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DNA 매치' 시스템은 현재의 결혼정보회사처럼 커플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신청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사귀고 있는 커플이나 결혼한 부부의 경우는 매치 유무를 알려주고, 싱글인 경우에는 운명의 상대를 찾아주는데 언제 찾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신청 후 몇 주만에 찾는 행운아가 있는 반면 몇 년째 감감무소식이거나 머나먼 이국 땅에 사는 외국인이라서 만나기 어려운 커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껏 'DNA 매치'로 만난 커플들의 사랑 성공률은 백퍼센트라는 겁니다.
물론 'DNA 매치' 없이도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커플들이 있습니다. 닉과 샐리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고, 사귄 지 4년째 되었으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평소에 'DNA 매치'를 반대해왔던 커플인데, 주변 친구들이 계속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에 샐리가 넘어갔고, 그 결과는...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에서 굳이 검사를 해야 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결혼 전에 궁합이 안 좋다는 이유로 헤어지는 커플이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마음을 확신한다면 다른 뭔가로 증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늘 불안과 의심이 문제의 불씨인 것 같아요.
서른일곱 살 맨디는 이혼한 상태인데, 남편이 그 망할 'DNA 매치'로 짝을 찾아 떠나버렸기 때문이에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맨디도 'DNA 매치'로 운명의 짝을 찾았어요. 잘생기고 멋진 스물일곱 살의 청년 리처드. 그러나 기쁨도 잠시 리처드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왜 맨디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기 때문에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만약 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면 맨디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어느 쪽이 더 행복할지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덜 불행한가를 생각하게 되는 사연이었어요.
제이드는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을 진학했지만 졸업 후 그녀의 삶은 꽃길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자갈밭이었고 가난한 부모님을 원망하게 되었어요. 찬란한 청춘 대신 찌질한 삶에 화를 내며 살던 중 'DNA 매치'에서 운명의 짝인 케빈을 찾았고 웃음을 되찾았어요. 하지만 제이드는 영국에 있고, 케빈은 호주라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어요. 비싼 비행기값 때문에 망설이던 제이드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호주로 날라갔고, 그곳에서 만난 케빈은... 우와, 상상 밖이에요. 제이드는 누구라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어요.
엘리는 'DNA 매치' 시스템 개발자이자 CEO예요. 끔찍한 연애만 경험했던 엘리는 모든 남자들을 피하고 있어요.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의 목적은 돈이 아닐까라는 의심 때문에. 더군다나 'DNA 매치'를 반대하거나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총탄 세례를 받은 뒤론 어딜가나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어요. 누굴 만날 엄두를 못내는 엘리는 용기를 내어 'DNA 매치' 검사를 했고 몰래 그 상대 남성인 탐을 만났어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아이러니하죠?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크리스토퍼예요. 그에 관한 정보는 비밀에 부쳐야 될 것 같네요.
어쩌면 그를 통해서 'DNA 매치'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문제점을 감지하게 될 테니.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일,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스스로 찾아낸 것이 아니라 과학의 힘을 빌려야 하는 시대가 된다면 그때야말로 인간의 자유가 박탈되는 게 아닐까요. 운명의 짝을 만나는 순간의 짜릿하고 놀라운 경험이 우리를 유혹하겠지만 정해진 유전자의 시나리오 대로, 조정당하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사는 건 너무 끔찍할 것 같아요. 사랑은 결코 유전자 매치만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