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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거래 - 절망을 희망으로 맞바꾼 난민 소년 이야기 ㅣ 책꿈 5
알리사 홀링워스 지음, 이보미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3월
평점 :
아프가니스탄, 지도 어디쯤에 있는지 찾아보았어요.
40년 넘도록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인지라 뉴스에는 늘 안 좋은 소식뿐이에요.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교육당국이 12세 이상 여학생들이 공적인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지침을 내렸다가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철회했다고 하네요. 유독 여성차별이 심한 아프가니스탄이지만 음악을 금지시킨다는 발상은 너무나 야만적인 것 같아요. 정부의 노래 금지령 이전에도 여성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았고, 여성이 음악을 전공하거나 연주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고 하니 충격적이에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사회적 제약을 가하는 것도 끔찍한데 음악마저 금지하다니 여성들에겐 현실 지옥이 아닐까 싶어요. 더군다나 끝나지 않은 전쟁과 테러...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난민들이 많을 수밖에...
<열한 번째 거래>의 주인공 사미는 열두 살 소년으로, 할아버지와 함께 목숨을 걸고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난민이에요.
미국에 도착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네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명한 레밥 연주자였던 할아버지는 지하철역에서 연주를 하고 있어요. 바쁜 보스턴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쳐가고, 가끔 레밥 케이스에 돈을 주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사미가 할아버지 곁으로 가자, 할아버지가 사미에게 레밥을 건넸어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대신 연주해보라고 말이에요. 레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칠 때 유일하게 가져온 보물이에요. 사미는 레밥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어요. 사미에게 레밥은 심장이자 과거이고, 희망이며, 약속이에요.
혼자 눈을 감고 레밥을 연주하던 사미는 갑자기 무언가가 레밥을 덥석 잡아채는 바람에 눈을 떴고, 십 대 남자아이가 레밥을 들고 도망쳤어요. 도둑이다!
놀란 사미가 도둑을 쫓아갔지만 그때 승강장에 열차가 도착하며 우르르 승객들이 몰려나와서 놓치고 말았어요. 할아버지는 충격받은 사미를 위로하며 가죽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어요. 엄마와 아빠의 결혼 일주년 기념사진이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에게 이런 삶을 주신 신께 감사해야지. 알함두릴라 ('신을 찬양하라'는 뜻)." (22p)
할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우리는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며 사미를 달랬지만, 사미는 속으로 단단한 결심을 했어요. 반드시 레밥을 되찾겠다고 말이에요.
삶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했던가요, 사미와 할아버지의 미국살이는 순탄치가 않네요. 할아버지의 레밥을 악기점에서 발견한 사미는 깜짝 놀랐어요. 악기점 주인이 제시한 레밥의 가격은 700달러였어요. 할아버지가 버는 돈으로 집세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고, 사미에겐 책가방과 잡동사니뿐이니. 악기점 주인은 딱 4주만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원래 경매 사이트에는 500달러에 올렸던 레밥을 사미에겐 700달러라고 덤태기를 씌운 거예요. 못된 사기꾼! 도둑놈에 이어 사기꾼까지 심란하네요.
사미의 유일한 보물은 할아버지가 피난길에 사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 열쇠고리예요. 학교에서 피터가 자신의 아이팟과 열쇠고리를 바꾸자고 했고, 첫 번째 거래를 했어요. 열한 번째 거래,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열한 번째 거래>를 읽으면서 열두 살 소년의 마음과 난민들의 현실을 알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못 믿을 나쁜 놈들이 수두룩해서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에 행운과도 같은 인연이 찾아와서 우리를 살게 하는 것 같아요.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꽃, 그건 희망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