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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No Visible Bruises》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의 책이에요.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가정폭력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범죄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미국의 가정폭력, 특히 아내에 대한 폭력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지, 반면 그 위험성은 얼마나 과소평가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가정폭력, 얼만큼 알고 있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심각성을 알게 되었어요.
저자는 가정폭력이 다른 범죄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거예요. 집과 가족은 성스러운 영역이자 비정한 세상의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정폭력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가정폭력은 내가 아는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가하는 폭력이라서, 가까운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때가 많고, 많은 경우 육체적 폭력보다 감정적이고 언어적인 폭력이 훨씬 큰 피해를 줘요. 사랑 때문에 폭력을 저지른다는 헛소리.
중독, 빈곤, 자포자기 상태의 남성성과 결합하면 특히 치명적일 수 있어요. 폭력적인 남성들은 자신의 폭력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서 말하고,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덮어씌우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떠벌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남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폭력적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거예요. 결국 가정폭력의 상황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고조되어 살인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예요. 그들은 가정 안에 숨어 있는 테러리스트예요.
수십 년간 연구자와 법 집행관들은 경찰이 맞닥뜨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 중 하나가 가정폭력 신고라고 이야기하네요. 그건 가장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수많은 경찰들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고 해요. 책에 소개된 도러시 사건을 보면 만약 표준지침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어요. 안타깝게도 경찰, 지방검사, 보호관찰관과 가석방 담당관, 학대자 개입 상담사, 병원 대표, 다양한 기관의 사람들 등등 그 누구도 가정폭력 사건이 살인으로 끝날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최초의 공식적인 가정폭력고위험대응팀이 꾸려졌다고 하네요.
저자가 수년 동안 자료 조사를 하면서 폭력적인 남성에게 비폭력적인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해요. 과연 그들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이 가능할까요. 중요한 건 단순히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이 책은 우리에게 가정폭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드러내어 모두가 논의할 수 있는 과제로 만들고 있어요. 당장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할 문제로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네요.
이 책은 미국의 경우라서, 정희진 여성학 박사의 해제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실정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30여 년간 가정폭력 상담 관련 업무를 해오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그건 아내 폭력을 개인적 문제로 보고, 여성이 남성에게 평생 구타당하고 살해당하는 현실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는 거예요. 남성이 길거리에서 모르는 여성을 죽을 만큼 구타한다면, 주변인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는 당연히 형사처분 대상이 될 텐데, 왜 폭력 가해자가 남편인 경우는 법적 처벌이 아니라 상담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는 남편이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의미하며, 가부장제라는 악습이 만든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범죄예요.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폭력 행위는 누구든 처벌하는 것이 상식이고 법이에요. 우리는 어떻게 가정폭력을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제는 우리의 문제로서 관심을 가져야 할 차례인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