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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도시의 아이들 ㅣ 바다 도시의 아이들 1
스트루언 머레이 지음, 마누엘 슘베라츠 그림,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1년 3월
평점 :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첫 장면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가파른 산 위에 세워진 도시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요. 썰물이 빠져나가고 고래 한 마리가 바다에 잠긴 성당 지붕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어요. 엥? 바다에 잠긴 성당 지붕이라니, 뭔가 이상하죠.
여기는 우리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요. 악마의 저주로 세상은 물에 잠겨버렸고 오직 하나의 도시만 살아남았어요. 최후의 도시, 바다 도시.
이때 한 여자 아이가 나타나서는 고래의 배를 갈라야 한다며 주머니칼을 꺼내 들고 있어요. 죽은 고래는 내장부터 썩어서 독한 가스가 뿜어져 나온다는 거예요. 뭐지, 이 아이의 정체는? 어른들보다 똑똑한 걸. 여자 아이의 이름은 엘리예요. 열두 살 혹은 열세 살로 추정돼요. 엘리 옆에는 또래 친구인 안나가 지켜보고 있어요.
엄청나게 큰 고래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 노래를 하고 있어요. 슬픔에 찬 노래가 고래의 배 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어요. 노랫소리가 차츰 잦아들면서 고래의 눈이 감겼어요. 사방이 고요해졌고, 엘리는 고래 옆구리를 칼로 찔렀어요. 그래야 죽은 고래의 배 속에 독가스가 차지 않는다고요. 갈라진 고래의 옆구리에서 보랏빛 내장이 쏟아져 나오면서 무언가가 엘리의 발목을 잡았어요. 피가 잔뜩 묻은 채 떨고 있는 가느다란 손.
헉! 사람의 손이에요. 엘리는 그 손을 힘껏 잡아당겼고, 고래 배 밖으로 나온 것은 남자 아이였어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벌거벗은 남자 아이.
소년이 숨을 쉬지 않아서 엘리가 인공호흡을 해줬고, 드디어 소년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살아났어요.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소년을 위해 엘리는 세스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도대체 소년은 어떻게 고래 배 속에 들어가 있던 걸까요?
더욱 놀라운 건 그다음에 벌어진 광경이에요. 경비병이 달려오고, 뒤이어 하그레스 재판관이 나타나더니 소년을 잡아갔어요. 고래 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화신뿐이라고, 화신이란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 사람을 뜻해요. 바다 도시의 사람들에게 화신은 악마 그 자체라서, 재판관이 대신 화신을 화형에 처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엘리는 하그레스 재판관에게 세스는 화신이 아니라고 소리치며 대들었다가 바다에 던져졌어요.
"꼬마야, 악마를 본 적 있니?"
하그레스는 엘리를 들어 올려 얼굴을 마주보았다.
"나는 보았다. 화신의 몸을 찢고 튀어나오는 악마를 보았어. 내 왼쪽 팔을 그에게 잃었다.
나의 칼이 악마의 목구멍을 관통하는 순간 팔을 뜯겼지. 그 자리에 있던 나의 동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여전히 눈을 감으면 악마가 보여. 더 최악인 것은...
그 화신이라는 자가 아는 자였다는 사실이다. 선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어.
그런 자에게서 악몽에서나 볼 법한 생명체가 기어 나왔지."
하그레스가 엘리의 목덜미를 세게 조였다. 엘리는 숨이 넘어갈 듯 캑캑거리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화신은 누구나 될 수 있어."
하그레스가 말했다. (29p)
와우, 섬뜩하죠?
악마로 인해 파괴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바다 도시 사람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나 아무도 모르게 악마는, 화신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예요. 누구나 화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너무나 무서웠어요. 그건 모두를 의심하게 만드니까...
신비로운 소년 세스를 믿어주는 건 엘리뿐이에요. 재판관은 세스를 화신이라고 선언했고, 화형에 처하라고 명령했어요.
과연 엘리는 세스를 구할 수 있을까요. 정말 세스는 화신이 아닌 걸까요.
마지막에 '식스센스'급의 놀라운 반전이 있어요. <바다 도시의 아이들> 덕분에 반전과 감동의 판타지 세계에 빠져드는 멋진 모험을 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