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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과 장미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내로라 / 2021년 3월
평점 :
색다른 방식의 책을 만났어요. 월간 내로라!
'월간 내로라'는 한 달에 한 편의 영문 고전을 소개하는 단편 소설 시리즈물이라고 해요.
얇은 문고판 크기의 책 속에 영미소설의 원문과 번역된 내용을 동시에 담고 있어요.
그동안 시간이 없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 했던 사람들이라면 새롭게 독서를 시작하기에 알맞은 책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고전문학을 위한 첫걸음으로 장편 소설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이 책은 단편 소설을 딱 한 편만 싣고 있어서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고, 원문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인 것 같아요. 똑같은 고전소설도 번역에 따라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는데, 원문을 동시에 읽을 수 있으니까 나름의 해석이 가능해서 좋은 것 같아요. 원문이 주는 느낌으로 감상해서 좋고, 번역과 비교하면서 영어 공부까지 덤으로 할 수 있어서 유익하네요.
또한 작가 소개와 작품 한 편, 그리고 그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나와 있어서, 짧지만 굵게, 매우 알찬 조합인 것 같아요.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이에요.
첫 장을 펼쳤을 때,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결정하는 것은
지난날 쓸데없이 읽었던 것들이다."
- 오스카 와일드
"It is what you read when you don't have to
that determines what you will be
when you can't help it."
- Oscar Wilde
오스카 와일드가 어떤 삶을 살았던 작가인지 알고 나면, <나이팅게일과 장미>라는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소설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그리고 진정한 희생이란 무엇인가.
여기에는 도미노처럼 연결된 관계가 있어요. 참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는 젊은 학생과 참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는 나이팅게일.
학생은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내일 열리는 왕자의 연회에서 그녀의 파트너가 되고 싶은데, 그녀는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가져 오면 허락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그 어디에도 빨간 장미가 보이질 않아서 비참해졌던 거예요.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나이팅게일은 장미 나무를 찾아가 자신의 사랑스런 노래를 줄 테니, 빨간 장미를 달라고 애원했고, 나무는 끔찍한 방법을 알려줬어요.
정말 붉은 장미를 원한다면 달빛 아래에서 나무를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 뾰족한 가시가 심장을 관통하여 그 피로 물들여야 한다고 말이에요. 그건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얻기 위해 죽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망설이며 울먹이던 나이팅게일은 "... 사랑은, 생명보다 귀하지. 작은 새의 심장 따위는, 사람의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닐 거야." (45p)라고 말하며 결심했어요.
나이팅게일은 젊은 학생이 행복하기를, 진정한 사랑이 되어 주길 바라면서 자신의 피로 물들인 붉은 장미를 완성하고 죽음을 맞았어요.
그러나 젊은 학생은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자신을 향한 사랑인지를 몰랐고, 그저 아름다운데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렸어요. 참나무는 나이팅게일을 참 많이 좋아했고, 작은 새의 말을 이해했기 때문에 슬펐어요. 다음 날, 나무에 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발견한 학생은 기가 막힌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 고백했어요. 당연히 허락할 거라고 예상했던 그녀는, 꽃보다 보석이 훨씬 값지다면서 차갑게 거절했어요. 이에 분노한 학생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어요.
"사랑이란... 참으로 어리석도다."(75p)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쓸모 있는 학문에 매진하겠다며 먼지 쌓인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참으로 슬프고도 화가 나는 결말이에요. 이토록 쉽게 마음이 돌아설 줄 알았다면, 학생 때문에 나이팅게일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
과연 진정한 사랑은 뭘까요.
학생은 여인의 외모를 사랑했고, 나이팅게일은 사랑 때문에 눈물 흘리는 학생을 사랑했으며, 참나무는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사랑했어요. 유일하게 나이팅게일의 마음을 이해했던 건 참나무였지만, 참나무는 방관자였어요. 만약 참나무가 나이팅게일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 거예요.
왜 나이팅게일이 학생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그 이유는 알겠지만 이해할 수는 없어요.
나이팅게일은 사랑이라는 신비를 이해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바쳤고,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완성했어요. 다만 안타깝게도 나이팅게일의 사랑을 학생은 하나도 몰랐다는 거예요. 어리석게도, 학생은 사랑을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여인이 빨간 장미 한 송미로 마음을 열고 학생을 사랑해줄 거라고 생각했다니, 얼마나 헛된 소망인지... 기어이 여인의 입을 통해 비참한 현실을 깨달았어요. 학생은 사랑을 부정하며 책을 펼쳤으나 그 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거예요. 왜냐하면 학생은 나이팅게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팅게일의 아름답고도 숭고한 사랑을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은 사라졌어요. 사랑을 어리석고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든 건 학생 자신의 어리석음이에요.
나이팅게일이 생명과 바꾼 붉은 장미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마지막 순간의 황홀감, 아마도 나이팅게일은 행복했을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