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없는 출산 - 우리는 출산을 모른다
목영롱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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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없는 출산>은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에요.

'출산'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다뤄야 할 내용이라는 점에서 백퍼센트 동의해요.

혹시나 책 제목만 보고 나와는 무관한 책이라고 단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자는 출산이라는 개별적이고 보편적인 체험을 통해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책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해요.

놀랍게도 여성들조차 출산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출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출산을 단순히 여자의 자궁에 있던 아기가 산도를 통해 바깥으로 나오는 것으로 정의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단순한 인식만으로 출산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건 출산의 마지막 과정 중 극히 일부분만을 다룬 거예요. 출산의 정의는 출산의 종결점이 아니라 출산의 시작점부터 말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출산은 여성의 신체와 고통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지점과 여성의 감정이 서로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을 논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 출산은 성별, 신체, 고통, 질병, 의료, 구조, 철학이라는 코드가 서로 엉켜 빚어지는 풍경이다. 

... 출산에 대한 우리의 빈곤한 상상력은 기껏해야 '저출산' '모성' '현모양처' 같은 말로 수렴된다. 그 밖에 출산을 떠오르게 해주는 단어는 거의 없다.

그런데, 출산은 정말 그게 다 일까?

출산은 한 사회를 깊이,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정찰대 역할을 한다."  (17-18p)


이 책을 읽고나서야 왜 똑같은 경험을 했으면서도 그 부당함에 맞서 분노하지 못했는지를 깨달았어요.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을 스스로 통제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언어를 갖지 못했으므로, 사회 지배 구조에 억압되어 있었으므로.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여겼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거예요. 저자는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어요. 다들 출산에 대해 '안다'라고 생각하는 무지가 출산에 대한 악을 키운 거라고요. 출산 문제를 다룬 책도 많지 않은 데다가, 출산을 이야기하면서 주체인 산모는 타자화되거나 그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는 거예요. 임신과 출산 과정 중에 느끼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과 상처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굴욕감과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모든 이야기에는 '엄마라면 참아야 된다'라는 명제가 깔려 있어요. 한 여성이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을 미리 알지 못한 채 일방적인 강요를 당하기 때문에 출산이 폭력이 되는 거예요.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한 내용을 읽으면서 이 영화를 조롱하고 비난한 이들의 문제점을 확인했어요. 무지한 탓이에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엉뚱한 논리로 비난만 늘어놓는 투덜이들. 사실 이 영화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보편적인 정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영화였어요. 굳이 갑론을박을 벌여야 할 정도로 심각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건 출산이라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쳐 엄마가 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에요. 여성주의는 엄마의 희생을 먹고 자란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강제된 역할로 존재하기를 요구받고 있어요. 근래 친모가 아기를 숨지게 하는 사건들이 터지면서 모성 부재를 지적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부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걸까요. 그들의 범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도 함께 살펴볼 일이에요.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의료적인 부분 역시 임산부의 인권을 고려하여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해요. 결국 이러한 출산 환경과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출산에 대한 무지로부터 깨어나야 해요. 저출산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임산부와 산모를 둘러싼 인권 문제부터 세심하게 다뤄야 해요. 바로 이 책을 읽는 것이 그 출발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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