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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ㅣ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평점 :
<오프닝 건너뛰기>는 은모든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에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두 번째 책이에요. 한국 작가의 단편소설 세 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시리즈인데, 단편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오프닝 건너뛰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결혼식을 건너뛰고 부부가 된 수미와 경호 커플의 이야기예요.
수미는 왜 경호라는 남자를 선택했을까요. 그건 적당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수미는 이야기해요. 반면 경호가 수미를 선택한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성격이 정반대라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아요. 딱 봐도 두 사람은 참 다른 유형이에요. 일례로 경호는 드라마를 타이틀 시퀀스부터 차례대로 빼놓지 않고 보는 스타일이고, 수미는 오프닝 건너뛰기를 클릭하여 휘리릭 본론부터 보는 타입이에요. 왓챠,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플랫폼에는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이 있어요. 저는 수미와 같은 타입이라서 이걸 안 누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굳이 똑같은 오프닝을 반복해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한 기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호가 깜짝 놀라면서 세상에 오프닝 건너뛰기를 누르는 사람이 있었냐는 반응을 보여서, 웃음이 났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신혼 부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며 좋은 것만 보는 연애는 아무리 오래해도 상대방을 백퍼센트 알기 어려워요. 그래서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해서 금세 이혼하는 커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수미는 자신과 잘 안 맞는 사람과 결혼했다며 투덜대지만 귀여운 투정 같아요. 명주 언니는 현명한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 누구나 숨을 쉬며 살지만, 요가를 통해 호흡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처럼, 사람도 살아봐야 알 수 있고, 서로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명주 언니가 수미에게 해줬던 응원처럼, 수미가 경호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네요. 양화대교랑 같이 박수를 쳐주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건 비밀이에요.
"열심히 노력하면 다음에는 양화대교랑 같이 박수 쳐줄게." (51p)
<쾌적한 한 잔>은 삼십대 중반의 솔로남 은우의 이야기예요.
은우는 어떤 사람일까요. 이성들이 관심을 갖고 먼저 대시할 정도라면 나름 매력적인 외모나 성격을 지녔을 것으로 추측이 되네요.
하지만 그는 지금 혼자이고, 오늘 밤에도 커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으니, 당분간도 혼자일 것 같네요.
"정말 어쩌면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있을까." (82p)
이것은 은우가 집 근처 바에 앉아 홀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 여자가 탄식하며 했던 말이에요.
대부분의 커플들이 싸우면서 저런 말을 할 거예요. 원래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안 맞는 게 당연한 건데, 유독 싸울 때만 서로 안 맞는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게 아닐까요.
바텐더가 은우에게 건네는 말.
"입에 맞으세요?"
"맛있는데요." (84p)
쾌적한 한 잔처럼 자신에게 알맞은 온도와 환경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오늘도 쾌적한 한 잔으로 기분을 푸는 건지도...
<앙코르>는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세영과 가람의 이야기예요.
곤란한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 준 세영과 도움을 받게 된 가람.
처음 본 타인과 함께 지내면서, 친구처럼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우연이 인연이 되어가는 과정이 곧 인생이니까요.
앞서 <쾌적한 한 잔>에서 은우가 봤던 SNS의 주인공이 혹시 세영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봤어요. 다들 스쳐 지나가서 모를 뿐이지, 세영과 가람처럼 머나먼 타국을 여행하면서 서로 몰랐던 접점을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누구라도 가장 곤란한 순간에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라면 고마움을 넘어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요. 좋은 인연이란 서로 보듬어주고 힘이 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여행은 다양한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