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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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는 도시를 주제로 한 인류문명사를 다룬 책이에요.

세계 최초의 도시 우루크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아테네, 로마, 바그다드,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뉴욕 등 인류사의 각 시대를 대변하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들 도시 중에는 우루크, 하라파, 뤠벡, 믈라카, 테노치티틀란 등 그리 익숙하지 않은 도시들이 있어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시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인류가 6,000년 넘는 세월동안 격동하는 도시의 소용돌이에서 살아왔으며, 도시야말로 전쟁과 재난에 맞설 줄 아는 끈질긴 창조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는 영국의 촉망받는 역사학자 벤 윌슨이라고 해요. 그는 서문에서 기후 비상사태와 세계적 유행병 시대를 맞은 지금이 바로 인류 문명과 함께한 도시들의 역사를 살펴봐야 할 적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도시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이며, 역사는 우리의 시야를 열어 나아갈 길을 만들어줄 거라는 점에 공감했어요.


도시의 두 얼굴.

'대도시적 metropolitan'이라는 단어에는 매력과 기회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동시에 지탄의 대상으로서 통용되었다고 해요. 큰 도시에 대한 혐오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대도시가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오랫동안 염려해왔던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대도시는 특권의 장소이면서 오염의 온상과도 같은 취급을 받았고, 역사에서 계속 도시와 비도시간의 대립으로 이어졌어요. 이 책은 인류문명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도시들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번성했으며, 몰락과 쇠퇴의 길을 걸었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세계 최초의 도시 우루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기원전 4천년 전, 메소포타미아 남부에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찾아왔고, 습지대 고유의 생활방식이 사라졌어요. 습지대의 농부들이 우루크로 몰려들었고 대규모 인구집단은 대형 관개시설을 구축함으로써 농업혁명을 이뤘고, 이것이 도시혁명의 산물이었다고 하네요. 우루크에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문명을 살펴보면 건물의 복원력보다 이념의 확고함에 더 의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도시가 다른 정착지들과 구분되는 점은 도시의 물리적 특성보다는 도시가 촉진하는 인간 활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우루크는 기술 혁신으로 급속도로 발전했고 세계 곳곳으로 기술뿐만이 아니라 문화까지 퍼져 나가는 대도시의 원조 역할을 해냈어요.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출신지를 묻는 질문에 자신을 '코스모폴리테스 kosmopolites'라고 소개했다고 해요. 코스모폴리테스는 '세계 시민'이라는 뜻인데, 당시 외국인을 극렬히 혐오한 도시국가의 시대인 기원전 4세기에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급진적인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페니키아인들 덕분에 소중한 선물을 얻었어요. 그건 바로 알파벳 문자예요. 

최초의 알파벳이기도 한 페니키아 알파벳은 상인들에게 꼭 맞는 간략하고 효율적인 문자였고, 이후 그리스 문자와 라틴 문자를 위시한 거의 모든 알파벳 문자의 기초가 되었어요. 그리스인들이 페니키아 알파벳을 토대로 독자적인 문자를 고안했다는 것은 도시화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해요.

그리스 사회의 핵심은 폴리스였고, 정치철학은 합리적 도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출발했어요. 그리스인들은 폴리스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시노에시즘 synoecism (여러 가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라는 뜻)이라고 불렀어요. 그리스인들이 말하는 아테네는 도시로서의 아테네가 아니라 시민 공동체로서의 아테네였어요. 그리스인의 정체성은 도시생활을 둘러싼 강한 흥미, 권위에 속박된 삶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개인적 독립을 중시하는 경향이 깊이 스며들어 있었고,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테노치티클란은 중앙아메리카의 위대한 대도시였어요. 완벽한 도시로 설계된 테노치티클란은 황금 독수리가 선인장에 앉은 채 방울뱀을 잡아먹도록 함으로써 인간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암시했다고 하는 우이칠로포츠틀리라는 신이 선택한 곳이었다는 전설이 있어요. 이 내용은 오늘날 멕시코 국기에 담겨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놀랍고 세련된 도시는 유럽인들이 나타나면서 파괴되었어요. 야만적인 침략으로 폐허가 되었다는 사실이 인류의 비극인 것 같아요. 이후 유럽 제국들의 대도시들이 새로운 형태의 세계적 도시로 군림하게 되었어요. 인류는 가장 완벽한 발전과 가장 미개한 것을 동시에 이뤄내는 모순된 종족인 것 같아요. 문명의 기적을 일으키고, 한편에서는 문명화된 인간이 야만인으로 되돌아가고 있으니 말이에요. 이것은 도시의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산업혁명으로 마천루들이 드러나면서 도시에는 빈민가도 등장했어요. 19세기 중반의 산업도시들보다 사망률이 높은 곳은 없었다고 해요. 또한 도시는 계급 기반의 주거 구역들로 엄격하게 차단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어요. 노동계급 거주 구역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밀집도가 높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야 했고, 단합하는 과정에서 시민문화가 발달했어요. 시민 공동체는 소규모의 사회조직이 아니라 강력한 시민 관계망이 되었고, 급진적 정치 활동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어요. 


저자는 시대별로 대표적인 도시를 통해 인류의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 책의 주제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 생활의 압력에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발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논의하는 21세기의 대도시는 특정 도시가 아니라 도시들이 다른 도시들 속으로 녹아드는 방대한 상호연결형 지역을 가리키고 있어요. 21세기의 문제는 인류의 도시 종족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도시 종족화의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해요. 도시의 밀집성이 혜택에서 위협으로 변모했지만 그로 인해 밀집성이 가진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도시 종족이라는 것, 우루크 시대부터 지금까지 도시 생태계는 지속적인 진화를 거쳐 왔어요. 기후 변화로 인해 탄생한 우루크처럼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해야 할 때라는 건 명백한 현실이에요. 현재 위기를 해결하려면 다시 도시로 자연을 불러들여야 하며, 도시 혁명은 거대한 기술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해요. 역사에서 드러났듯이 도시들은 새롭게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바로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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