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당 1 - 기억을 주면 소원을 이뤄주는 잡화점 황혼당 1
기리타니 나오 지음, 후스이 그림, 임희선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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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당>은 기리타니 나오 작가의 어린이 동화책이에요.

신비로운 판타지 동화라서 끌렸는데, 역시나 아이가 딱 좋아하는 취향의 책이라서 마음에 쏙 들었어요.

사실 비슷한 어감의  **당 시리즈에 푹 빠져 있어서, 처음엔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 줄 착각했네요. 그 시리즈는 아니지만 <황혼당> 1권을 읽고나니 다음 이야기도 기대돼요.


'황혼당'은 가게 이름이에요. 이 가게에는 아무나 갈 수 없어요.

광고지를 발견한 사람만 갈 수 있어요. 뭐, 발견했다기보단 선택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마치 광고지가 황혼당에 와야 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다들 해가 뉘엿뉘엿 노을지는 시각에, 그 광고지를 우연히 주웠다고 해요. 

광고지에는 '황혼당'이라고 인쇄되어 있고, 그 밑에는 톱니 바퀴 그림과 함께 '당신의 소원을 바로 이루어주는 신비한 잡화를 파격가에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어요. 그런데 주소도 약도도, 심지어 전화번호도 나와 있지 않아요. 문 여는 시간은 '황혼 시간'이에요. 

간절한 소원이 있는 사람에게만 휘리릭 광고지가 나타나고, 그걸 본 사람은 골목 안쪽에 커다란 톱니바퀴가 달린 구리빛 문을 볼 수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면, 네! 거기가 바로 황혼당이에요. 가게 주인은 젊은 남자예요. 흰 셔츠에 공방에서 입는 밤색 가죽 앞치마를 두르고 있고, 가슴 주머니에는 드라이버와 펜치가 꽂혀 있고, 목에 두른 고글은 왼쪽이 나침반 모양으로 되었고 오른쪽에는 녹색 유리가 박혀 있어요. 어깨에는 놋쇠로 만든 빨간 눈의 새가 앉아 있어요. 참으로 요상한 차림새지만 의외로 얼굴은 단정한 느낌이에요. 책 표지에 그려진 검은 단발 머리의 남자가 황혼당 주인인데, 왠지 순정만화에 등장할 법한 주인공의 모습이라서 진짜 만화로 나와도 좋을 것 같아요. 희망사항!


<황혼당> 1권에는 모두 여덟 가지 신비로운 잡화들이 등장해요.

'이름 스티커'는 그 스티커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가지고 싶은 물건에 붙이면 자기 것이 돼요. 주의할 점은 잘못 붙이지 말라는 거예요. 한 번 붙이면 바꿀 수 없거든요. 다른 사람 눈에는 스티커가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라면 '이름 스티커'를 엄청 갖고 싶을 거예요. 어떤 물건이든 제한 없이, 스티커 한 장으로 내 것이 되니까 부자가 될 것 같죠? 과연 그럴까요?

'거짓말쟁이 발견 레이더'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머리 위에 레이더 같은 화살표가 뜨게 만드는 물건이에요. 이 물건은 예전에 봤던 어느 소설에서 비슷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덕분에 상상했던 물건이에요. 물건이라서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 달라요. 만약 평생 동안 나에게 거짓말 하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좀 겁이 나네요. 장난으로 하는 거짓말탐지기에도 마음 상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하얀 거짓말은 모르고 넘어가는 게 서로에게 좋을 때도 있어요. 

'통째로 USB'는 남의 지식을 통째로 내 머리에 넣을 수 있는 거미 모양 USB예요. 딱 봐도 어디에 쓰일 만한 물건인지 알 것 같죠? 아이들이 생각하는 바로 그거예요.  

'청심기'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기기인데, 사용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병원 청진기와 같아요.

'보물발견 개 목걸이'는 이 목걸이를 반려견의 목에 채우면 보물이 있는 곳으로 주인을 데려가는 물건이에요. 목걸이 하나당 보물찾기는 단 한 번만 가능해요. 그러니 신중하게 사용해야겠지요. 여기서 핵심은 반려견이라는 거예요. 욕심만 앞서면 핵심을 놓치기 마련이죠.

'유령이 보이는 안경'은 이 안경을 쓰면 살아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유령만 보이는 물건이에요. 이건 딱히 가지고 싶지 않은 물건이에요. 그래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한 것 같아요. 이 내용은 살짝 공포물이니까 무서움을 많이 탄다면 건너뛰어도 돼요.

'어디로든 우표'는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 우표를 붙이면 알아서 도착하게 만들어요. 정말 그립고 보고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면 좋을 것 같죠?

'꿈을 이루는 성냥'은 이 성냥으로 불을 켠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요. 

신기한 잡화들에 대한 설명만 한 건 그 잡화를 가져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기 때문이에요. 황혼당의 잡화들은, 똑같은 물건이라도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일들이 벌어지거든요. 아참, 가장 중요한 걸 빼놓고 있었네요. 황혼당에 온 사람들은 그 물건들을 어떻게 샀을까요.

정확하게는 돈을 주고 산 건 아니에요. 물물교환을 했어요. 가게 주인은 손님의 기억 일부분을 가져가고, 황혼당 물건을 줬어요. 어떤 기억을 가져갔는지는 황혼당 주인만 알고 있어요. 손님한테는 이미 사라진 기억이니까 기억해낼 수가 없겠지요. 

당신이라면 자신의 기억을 주고 소원을 이뤄주는 물건을 가질 건가요.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쉽게 답했을 텐데, 모든 이야기를 알고 나니 무척 고민이 되네요. 당장 갖고 싶을 만큼 간절한 물건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무리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전부 저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에요. 만약 황혼당 주인이 소중한 기억을 가져간다면... 오히려 기억을 잃는다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이제보니 저한테 가장 소중한 보물은 이미 기억속에 간직되어 있으니, 황혼당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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