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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평점 :
오래된 것 같아요. 북적대는 분위기의 모임들.
사람들끼리 모일 일이 없으니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런데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은 아닌 것 같아요. 손에 든 스마트폰은 언제든지 세상 소식을 전해주고, 멀리 있는 누군가의 안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시끌벅적 소란함은 없지만 조용히 번잡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똑똑한 스마트폰은 지난주 스크린 타임, 즉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하루 평균 몇 시간이고, 몇 퍼센트 증가했는지를 알려주네요. '앗, 언제 이렇게 많이 봤지?'라고 생각해보니, 알람 설정 때문에 띵동띵동 울릴 때마다 들여다봤더라고요. 잠깐 무슨 일 때문에 알람을 설정한 건데, 바꾸지 않는 바람에 계속 알람에 반응하며 기계적으로 살았나봐요. 문득 머릿속에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날 때, 눈앞에 놓인 책이 바로 <불안한 행복>이었어요.
이 책은 저자의 소소한 일상뿐 아니라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수필가로 등단하여 수필집 『즐거운 고통』,『달콤한 슬픔』에 이어 『불안한 행복』이 세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어쩐지 살아온 연륜이 느껴지는 글들이었어요. 책 제목처럼 인생은 아이러니인 것 같아요. 좋은 게 마냥 좋을 순 없고, 나쁜 게 마냥 나쁜 것만도 아닌 것이 인생이라는 걸, 저 역시 나이들면서 깨닫고 있거든요.
"두려운 것은 내가 행복하다고
충만한 감정에 빠져 있을 때
타인의 아픔을 망각하는 것이다." (68p)
누군가의 기쁜 소식을 들으면서 함께 기뻐하고,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 함께 슬퍼할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가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사느라 바쁘다고 주변을 돌아보는 걸 소홀히 하면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이나 친구 아들의 죽음... 나이들수록 서글픈 것 함께 기뻐할 일보다 함께 슬퍼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이별이 영 익숙해지지 않는 걸 보면 평생 그럴 것 같아요. 다행인 건 아직 살아 있다는 거예요. 사는 게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할 수 있으니 견딜 수 있어요.
저자의 SNS 계정 아이디는 '자유롭고 쾌활하게'라고 해요.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인생의 기미라고 하네요. 아직 자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쾌활은 용을 쓰는 억지스러운 쾌활이라면서 스스로 안쓰럽다고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글은 '자유롭고 쾌활하게'에 대해 쓰고 싶다고 이야기하네요. 매우 공감해요. 완벽하지 않으니까 인간인 거죠. 그 빈틈이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그걸 채워나가는 노력이 아름다운 거예요. 저자가 말하는 인생의 기미는 가는 것, 지는 것, 쓸쓸한 것, 약한 것, 남루한 것, 적막한 것과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라는데, 그것들로 이루어진 글을 읽고나니 인생의 기미가 마치 우리 몰래 숨겨 놓은 보물 같이 느껴져요. 삶은 고난이라지만, 나이든다는 건 때론 서글프지만 그래도 불안한 행복의 기록을 읽고나니 행복은 인생의 보물 찾기인 것 같아요. 대부분 꽝이 나와 실망하더라도 포기하지 말 것, 살다 보면 찾게 될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