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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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80년 생각>은 이어령 교수의 인터뷰 책이에요.

인터뷰어, 묻는 사람은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제자이자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 topclass》의 김민희 편집장이에요.

우리 시대의 지성인을 꼽으라고 하면 이어령 교수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와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둠 속에 빛나는 등대와 같다고 소개하고 싶어요.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어령 교수의 반짝이는 지성뿐 아니라 깊이 있는 깨달음이 가슴으로 전해진 것 같아요.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이어령 교수의 해박한 지식이 연륜과 함께 쌓여서 놀랍고도 기발한 생각들과 이야기로 완성된 것 같아요.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나보다 큰어른에게 묻고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이 그 마음을 대신해서 풀어주었네요.

어떤 내용이길래 궁금하다면, 일단 읽어보기를 추천해요.


"선생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미아가 된 것 같아요."

질문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한마디에 선생님은 낮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존에 대한 문제야."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잖아. 거리두기를 하면서 우리는 평소 잊고 있던 '거리'를 자각하기 시작했지.

... 그동안의 삶의 방식, 그동안의 삶의 속도와 다른 삶을 살면서 잊고 있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어.

혼돈의 시기에는 자기 자신의 성향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해." (22p)

...

"물론 생명은 최상의 가치지만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게 있어요. 

지금 우린 코로나로부터 육체를 보존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지, 영혼을 보존하는 것은 도외시하고 있어요.

영혼이 병들어서 우울증이 많아지고, 혼자 사는 젊은이들의 자살률도 높아지잖아.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중에도 내적 자유, 인권, 프라이버시 이런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사고는 놓지 않았으면 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자각해야 한다는 거지."  (26p)


이어령 교수는 전문가의 전문가로 불릴 정도로 활동 분야가 광범위해서 무엇이 전공 분야라고 콕 집어 말하기 힘든데, 그의 분야가 아닌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를 전문가로 인정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해요. 실제로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회의 주제발표자로 자주 초청되며,  그 분야는 과학, 건축, 생명공학, 문학, 디자인 등 광범위하고 다양해요. 이렇듯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때론 전문가들이 생각지 못한 차원의 시각을 던져 감동과 충격을 안기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의 간단하고도 명쾌한 답변에 새삼 감탄했어요.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거든. 그러니 전문가들이 못하는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거지."

"옳고 그르든 '온리 원 only one'의 사고를 하라는 거지."   (334p)


요즘 제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그거예요. 지금 나의 생각이 과연 내 것이냐는 거죠. 수많은 정보들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내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검열하게 되더라고요. 이어령 교수의 '창조적 생각'을 엿보면서 내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내 머리로 생각한다는 것은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지속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그것이 창조적 주체가 되는 길임을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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