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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삶에 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로워요. 얼핏 보면 저마다 다른 인생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닮은 것들이 많아서 공감하게 되네요.
마흔쯤 되면 모든 게 완벽해질 줄 알았던 착각마저도...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는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예요.
사실 마흔이 된다는 건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대부분 인생의 과도기와 맞물리는 시점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엮어낸 린지 미드는 자신이 겪은 마흔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년 전, 마흔이 됐을 때 나는 사십 대를 '인생이라는 대장정의 가장 뜨겁고 꽉 찬 심장부'라고 표현했는데 지금은 더더욱 그렇게 느낀다.
나는 한 번도 내 생일을 좋아한 적 없고, 같은 이유로 새해가 오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았다
... 마흔이 되던 날, 나는 일찍 일어나 남편과 한 시간 반을 운전해서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커다란 여행 가방 두 개에 들어있던 빨래를 했다. 장을 보러 다녀왔고,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후식을 먹을 때 친정엄마가 깜짝 방문을 하셨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복이 많은 사람이라 느꼈다.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인식하고 나니 가장 별 볼 일 없는 일상마저도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의 삶은 내가 마흔이 되기 전과 다를 바 없이 이어졌다. 좌절하고 진 빠지는 일들의 연속.
하지만 이제는 그 바탕에 견고한 기쁨이 내 삶을 받치고 있다. 새로운 느낌이다." (16-17p)
저한테는 린지 미드의 경험이 마흔을 표현하는, 가장 와닿는 내용이었어요. 평범한 삶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과 깨달음.
사람마다 사정은 다르기 때문에, 결혼을 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중대한 사건이 있거나 없거나, 부모님이 살아계시거나 편찮으시거나 돌아가셨거나, 이런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십 대에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 같아요.
15인의 여성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한목소리로 사십 대를 살고 있는 지금이 삶의 전성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건 실패와 좌절, 시련이 없는 삶이어서가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인생의 교훈이란 늘 그렇듯이 깨달은 사람만의 것이에요. 마흔이 된다는 건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누구나 언제든지 지금의 '나'로 사는 건 가능한 일이에요. 중요한 건 나로 살라는 거예요.
특별하고도 멋진 마흔의 이야기들 덕분에 삶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어요. 가끔 나이든다는 게 두려울 때도 있지만 살아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고 있어요. 제목과는 달리, 저는 아직 해볼 게 많이 남아서 더욱 나답게 살아볼 작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