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낯선 것들은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요. 미지의 세계가 주는 매력인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단편적이나마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색다른 미스터리 장르를 만났다는 점이에요.

바로 시대적 배경과는 완전 결이 다른 주인공의 등장이랄까.

1921년 영국령 인도 붐베이에 거주하는 주인공 퍼빈 미스트리는 최초 여성 변호사예요. 퍼빈은 아버지 사히브와 함께 미스트리 하우스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번에 퍼빈이 맡게 된 업무는 무슬림 부호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는 일이에요. 죽은 남자에겐 세 아내와 네 자녀가 있고, 각각 유언대로 재산을 나누면 되는 일인데, 갑자기 편지가 온 거예요.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남편이 임명한 가족 관리인으로, 세 아내가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고 싶어한다고 알려온 거예요. 뭔가 딱 냄새가 나는 상황인 거죠.  더군다나 무슬림 관습에 따라 여자들은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은둔 생활을 하고 있고, 세 아내는 지금 남편의 죽음을 넉 달 하고도 열흘 간 애도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남자 변호사였다면 가족 관리인의 편지대로 재산을 정리했겠지만 퍼빈은 직접 부인들을 만났어요. 

인도의 종교가 다양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배웠네요. 퍼빈은 파르시, 즉 인도에 거주하는 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도이고, 과부들은 여성 은둔 관습을 엄격하게 지키는 무슬림이에요. 퍼빈의 절친 앨리스는 상류 계층의 영국인이지만 구시대적 관습에 매여 있어요. 저마다 종교는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여성이라는 것, 1920년대 인도에서 여성은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억압받는 대상이라는 것.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퍼빈은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퍼빈 미스트리의 활약이 눈부신 것 같아요. 영국의 식민통치라는 암울한 시대에 억압받는 여성들이야말로 시대적 약자예요. 처음에는 위험에 처한 과부들을 돕는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그건 퍼빈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의 일이었어요.

이러한 배경 설명만 보면 굉장히 묵직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에요.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의미는 무거울 수 있지만 전개가 절묘해서 흥미롭게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1920년 현재의 퍼빈과 1916년 과거의 퍼빈의 이야기는, 당시 인도 여성들이 처한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줬어요. 퍼빈이 왜 그토록 그녀들을 도우려고 했는지, 그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어느새 봄베이 미스터리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있더라고요. 

저자는 영국 태생으로 인도와 독일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주로 미국에서 자랐다고 해요. 다국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미 여러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했고, 애거서 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추리소설 작가였어요.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의 주인공 퍼빈 미스트리는 실제로 인도 최초의 두 여성 변호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어떤 분야든지 '최초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낸 승자라는 면에서 더욱 환호하고 싶어요. 


"여성의 힘을 위해!" 앨리스가 건배를 청했다.

"여성의 힘을 위해." 퍼빈이 화답하며 쨍 소리 나게 앨리스와 술잔을 부딪쳤다.  (5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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