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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ㅣ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 아시자와 요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책을 덮은 후 '아, 무서웠다'하며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책을 덮어도 기억에 남아 독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었다." (270p)
이 책을 소개하기엔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 같아요.
마치 작가의 주술처럼 그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라면 이야기의 마수에 걸린 듯, 기묘함을 느끼게 될 거예요.
평소에 거의 꿈도 꾸지 않고 푹 잠드는 편인데, 하필이면 이 책을 읽고 잠든 그 밤에는 잠자리가 뒤숭숭했어요.
사실 이야기 자체는 어마무시한 공포물은 아니에요. 약간 기괴한 정도인데, 천천히 곱씹을수록 섬뜩해지는 효과가 있어요.
긴가민가, 하다가 진짜 같아서 무서워지는... 그 이유는 작가 스스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기 때문에 소설이 아닌 실제 체험담처럼 서술하고 있어요.
《소설 신초》에서 특집 주제가 '괴담'이라면서 단편소설을 청탁하는 메일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돼요. 《소설 신초》는 일본에 실재하는 월간문예지라고 해요.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작품 중 다섯 편은《소설 신초》에 수록되었다고 하네요.
「얼룩」2016년 8월호 - 「저주」2017년 2월호 - 「망언」2017년 8월호 (발표시 제목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 「악몽」2018년 1월호 - 「인연」2018년 2월호 - 「금기」미발표작
각 작품을 따로 읽었더라면 그냥 괴담이구나,라고 넘겼을 텐데 여섯 편을 이어서 읽고나니 역대급 괴담이 된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망언」이에요. 친절한 이웃과 얽힌 이야기라서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이란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유리처럼 약해지기도 해요. 무엇이 마음을 변화시키는 걸까요.
그건 작은 의심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리 작은 의심일지라도, 일단 마음에 뿌려지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속담이 일본에도 있는 모양이에요.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은 그전에 아궁이에 불을 때었기 때문이에요.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어요. 아무도 불을 땐 사람이 없는데 연기가 나는 것이라면 그 연기의 정체는 뭘까요.
중요한 건 연기 때문에 생긴 의심이에요. 의심은 불행의 씨앗인 것 같아요. 작지만 얼마나 커질지 가늠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의심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요.
우와, 이럴 수도 저럴 수 없는 상황에 빠지다니!
작가는 마지막 여섯 번째 이야기 「금기」를 통해 당부하고 있어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정말 괜찮았을까요. 그 또한 장담할 수 없지만 강력하게 부정할 수도 없네요. 괴담의 진실은, 아마도 사카키 씨라면 알고 있을 테니 그에게 직접 듣고 싶네요. 만날 수만 있다면.
이 점쟁이를 절대 찾지 마십시오.
혹시 짐작되는 인물이 있거나 앞으로 그 점쟁이와 만날 일이 생긴다면,
결코 그녀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26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