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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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요. 

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인데, 볼수록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눈물짓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개에 대한 진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거예요. 


<소년과 개>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야기예요.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주차장 구석에 개 한 마리가 주인을 기다리는 듯 머물러 있어요. 

이 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가즈마사예요. 개에게 목줄은 없고 가죽 목걸이에 '다몬(多聞)'이라고 적혀 있어요.

다몬. 많을 다, 들을 문.

앞으로 이 개를 만나게 될 사람들은 개의 이름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개는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눈빛으로 모든 걸 다 이해하는 듯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예요. 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간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어요.

저자 하세 세이슈는 이 소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어요. 작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에 <소년과 개>를 문예지에 게재했다가 책으로 출간했다고 해요.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이 힘든 상황을 겪는 와중에 <소년과 개>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작은 희망이 있어요. 그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 즉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주인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이토록 커다란 사랑을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가즈마사, 미겔, 다이키, 사에, 미와, 야이치, 우치무라, 히사코, 히카루 - 저마다 나름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제멋대로 해석하고 판단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어쩌다가 '말'은 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오해와 다툼의 도구가 된 걸까요.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개는 달라요. 아무 말 못해도,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와 핥아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해줘요. 무엇보다도 늘 곁에 있어주는 특별한 존재예요.

힘들 때는 그저 묵묵히 함께 있어줘서 든든한 위로가 되곤 해요. 다몬은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요.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다몬을 발견한 게 아니라 다몬이 외롭고 힘든 그들을 선택해준 것 같아요. 신기한 건 다몬이 건네는 위로와 사랑이 제게도 전해졌다는 거예요. 그건 놀라운 감동이었어요.

진심으로 개는 훌륭했어요. 개는 훌륭하다는 걸, 다몬은 우리에게 기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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