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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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하게 들어맞는 것 같아요.

원래부터 쭉 그 말을 품고 있었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되는 말.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이에요.

어쩌다 보니 시인의 시집 대신 산문집만 읽게 되네요. 왠지 시는 묻고, 산문은 답해주는 것 같아요.

이번 책에서 시인의 시들이 반갑게 등장해요. 어떤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이 '시'가 탄생했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 무뚝뚝했던 '시'가 은근히 살갑게 느껴져요.

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좀 낯선 것일뿐 찬찬히 두고두고 친해지면 될 일.  


죽을 때 나는 미끄럼틀 아래에서 죽겠지

너무 기다래서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미끄럼틀

뱀의 영혼일지도 몰라 그건

초록이나 갈색인

(뱀의 미끄럼일지도)


나무들은 손 털 것이다

만세를 생각하며


죽을 때 미끄럼틀 아래에서 녹는 건 나

지나간 것들과 조우하겠지

모든 날은 아니고

어떤 날들

나였던 나들이 눈송이처럼 쌓이고

한밤중

누군가 창을 열고 이쪽을 보면

쌓이고 녹고 미끄럽게 죽는 사이

문이 닫히겠지


     -  시詩 「촉 觸 (196p)


인생은 뜻대로 안 될 때가 더 많아요. 태어난 것도 내 뜻이 아닌데, 살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어요. 앞으로 얼만큼 더 가야할 지 알 수 없어요. 

너무 힘을 주면 고통스러워요. 그래서 시인은 힘을 빼라고, 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숨쉬듯 자연스럽게, 되는 대로 즐겁게 해보라고 조언하네요.

자꾸 꾸미려고 하니까 어색해져요. 자기 내면에 있는 '자연스러움'을 찾아야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어요.

참 이상해요. 자연스럽게 사는 일이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되었으니.

삶은, 결국에는 꼭 해야 할 숙제를 미루며 하루하루 흘러가고 있어요.


어쩌다......라니. 모르지.

누가 알겠어요?


그런데 말이지. 모두 당신 책임만은 아니야. 세상에 어쩌지 못하는 일도 있다는 것 알아.

안 그래야지, 하는데 그렇게 되는 일들.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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