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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한때 서점 주인을 꿈꾸던 사람인지라 <서점 일기>에 대해 품은 마음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두근두근 설렌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로망은 그저 로망일 뿐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파는 일은 완전 별개의 일이라는 걸.
저자 숀 비텔은 서점 주인이 되기를 주저하는 조지 오웰의 심정을 빗대어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어요.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 그가 위그타운에 있는 '더 북숍'이라는 이름의 서점을 처음 봤을 때는 일 년 안에 망할 거라고 장담했는데, 12년 후에는 그 망할 서점을 자신이 인수하게 된 거예요. 물론 그 누구의 압박이나 강요 없이 순전히 본인 의지였다는 게 핵심이에요.
어쩌면 이 책도 우연, 아니 운명적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서점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적어둔 기록들이 일기가 되었고, 그 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거예요. 살다 보면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더 북숍'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이라고 해요. 중고책을 팔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고책을 사와야겠지요. 책을 팔러 온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대상이 '책'인 것이지, 뭔가를 사고 파는 일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엄청난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좀 의외였던 건 고인의 유품인 책을 정리하는 일이에요. 중고 서적을 거래하다 보면 익숙한 일이라는데, 그럼에도 안타까운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고 해요.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중고 서적을 막연히 누군가 읽었던 책이라고 여길 때는 몰랐는데, 고인이 남긴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어찌됐건 책은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그 가치가 빛나므로, 유품이 유물이 되는 것보다는 서점에 꽂혀 있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고 서적 중에는 숨어 있던 보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요. 역사적인 인물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 이런 행운은 아주 가끔 일어나지만 언제든지 기대할 수 있어서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다 보니 청계천 헌책방거리가 떠오르네요. 친구와 함께 책방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좋았던 일들이 너무 까마득한 옛날 일 같아요. 요즘은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다 보니, 서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이었는지 잊고 있었네요.
무엇보다도 서점까지 들어와서 책을 좋아한다고 떠들기만 해놓고 책 한 권도 안 사는 손님은 정말 얄미운 것 같아요. 왠지 이 책 때문에 서점 주인의 마음을 이백퍼센트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나봐요. 일찌감치 서점 주인이 되겠다는 마음은 접었지만 <서점 일기> 덕분에 서점이 가고 싶은 장소가 되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사라졌던 동네 책방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걸 보면 책방 주인이 조지 오웰의「서점의 추억들」을 읽지 않은 모양이에요. 아마도 서점 주인이라면 <서점 일기> 못지 않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겠지요.
무뚝뚝한 서점 주인을 욕하기 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살지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