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복작복작 -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라정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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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복작복작>은 조금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포르투갈의 작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알비토의 150년 된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한국 도시에서 살던 그녀가 동티모르에서 포르투갈 남자 알베르토를 만나, 아들 보배와 딸 루이지냐가 태어났고, 이들 네 가족은 한국과 포르투갈 그리고 동티모르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해요. 

포르투갈은 세계 지도로만 봤지, 어떤 나라인지는 거의 아는 게 없었는데,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매우 느긋느긋 여유가 넘치는 나라라고 해요. 여유로운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느려서 비효율적인 단점도 있대요. 그건 한국의 장단점을 바꿔 생각하면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러니 빨리빨리 모든 게 빠른 한국의 서울과 유독 느린 포르투갈 알비토의 삶이 극과극 체험이 되었나봐요.

포르투갈의 시골 마을 알비토는 우리의 옛날 고향집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네요. 저자가 살게 된 알비토 집은 알베르토의 고조할아버님이 19세기 후반에 터를 닦아 지으셨고, 이후 쭉 대대손손 내려오다가 알베르토에게 물려주셨다고 하니 거의 가족 역사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앨범을 펼치면 1900년대 초반의 사진과 엽서들이 고스란히 꽂혀 있고, 알베르토 가족의 추억들이 담긴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요.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미니멀리즘과는 상반된 모습이에요. 한국의 삶이란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가 흔해서 미니멀로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아요. 고향의 모습도 많이 변해버려서, 과거에 느꼈던 고향의 이미지를 느끼기 어렵게 된 것 같아요. 

알비토 집 근처에는 부모님과 형제들,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 가족들과 사촌들 그리고 친구들까지 가까이 지내다 보니 늘 북적인다고 해요. 혹시 저자는 대가족과 어울리기가 불편하고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며느리라서 혹은 나이가 어려서 억지로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가족들이 아이들을 돌봐주며 화목하다고 하네요. 모두가 편안한 가족 모임이 가능하구나 싶어, 살짝 놀라웠어요. 경험적 편견이겠지만 제가 느낀 대가족은 화목함보다는 엄격함이 더 컸거든요. 알비토의 가족들처럼 모두 조금씩 나눠서 집안일을 하고, 각자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을, 왜 우리는 그걸 못했을까요.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은 식탁이 더욱 즐거울 수 있는 건 맛있는 음식 덕분일 거예요. 신선하고 담백한 아소르산 버터와 두부 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생치즈 케이쥬 프레스쿠, 매일 닭장에서 꺼내먹는 달걀, 계절마다 먹는 과일들, 여름에는 멜론과 무화과, 가을에는 포도와 사과, 겨울과 봄 사이에는 오렌지를 맛볼 수 있대요. 직접 과일나무를 키워서 수확한 과일들이니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을까요.  자연식품을 언제든지 바로 구할 수 있어서 냉장고는 오래되고 작은 사이즈라네요. 그밖에 여름에 먹는 차가운 스프 가스파초와 정어리, 달팽이 요리는 별미라고 하네요. 신선한 먹거리는 정말 부러워요.

알비토에서 기르는 가축들은 옛 방식 그대로 넓은 목초지에 한가롭고 자유롭게 풀어놓는다고 해요. 동물이나 사람이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느긋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 것 같아요. 시끌벅적해도 마음은 느긋하고 따스해지는 알비토 집을 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또한 낯설었던 포르투갈이 정겹고 따스한 풍경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포르투갈 음식들을 맛보고 싶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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