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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2월
평점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위대한 독일인의 이야기입니다.
책 표지 사진은 소피 숄(1921~1943)의 모습입니다. 저자 잉게 숄은 소피 숄의 언니이자 한스 숄의 누나입니다.
이 책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폭압 정치에 맞서 저항 운동을 펼쳤던 대학생 저항 단체 '백장미'단의 리더 한스 숄과 소피 숄,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그리고 독일의 젊은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한국에 유관순 열사가 있다면 독일에는 한스 숄과 소피 숄이 있다고 말합니다.
1943년 독일 언론에서는 이 젊은이들을 모반자로 규정하면서 민족공동체에서 제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도했다고 합니다. 거리 곳곳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합니다.
국가 모반죄로 사형을 선고함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24세
한스 숄, 25세
소피 숄, 22세
형은 이미 집행되었음
(8-9p)
언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백 명이 더 체포되어 사형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들을 조롱하고 모욕했던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이들이 한 일은 나치 정권이 앗아간 자유를 되찾고 국가를 바로 세우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옳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감옥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동료 수감자들, 성직자들, 간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게슈타포 요원들까지 그들의 담대한 정신과 고결한 행동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치 당과 정부의 고위 간부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낄 정도였답니다. 압제의 올무에 꽁꽁 묶여 무기력하게 침묵하던 자유가 감옥에서 소리 없는 승리를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스의 감방 하얀 벽면에는 괴테의 말이 적혀 있었답니다.
"모든 폭력에 굴하지 않고 의연히 기개를 세우리라." (137p)
한스는 자신을 만나러 온 아버지에게 철창 너머로 손을 내밀며, "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 이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까요." (149p)라고 말했고, 아버지는 "너희는 역사의 일부분이 될 거야. 정의는 아직 살아 있단다."라고 말했답니다. 소피도 한스가 그랬던 것처럼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모든 것을, 모든 것을 우리는 스스로 받아들인 거예요. 우리의 행동은 곳곳에 물결처럼 번져갈 거예요."라고 말했답니다. 아들과 딸의 죽음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했던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지, 차마 표현하기도 힘든 고통이었을 겁니다.
법정에서 선고를 받을 때 부모님이 참석했는데, 어머니는 쓰러지셨고 아버지는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아직 정의는 죽지 않았다!" (145p)
형장에 도착한 한스는 단두대에 머리를 올려놓기 전에 온 감옥이 울리도록 외쳤다고 합니다. "자유여, 영원하라!" (153p)
크리스토프와 소피와 한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던 간수들은 그들의 태도를 보고 감동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죽음은 조국을 배반한 자들의 마땅한 형벌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저항이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결국 이들의 죽음은 소피의 말처럼 독일 곳곳으로 퍼져갔고, 여러 저항 조직들이 연합해 커다란 저항 단체를 출범시켰습니다. 훗날 '백장미 함부르크 지부'라는 이름으로 독일의 저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정신은 수많은 독일인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현재 독일이 바로 설 수 있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사실 독일의 나치가 저지른 만행은 알고 있었지만 독일 젊은이들이 목숨 바쳐 저항 운동을 펼쳤다는 것은 잘 몰랐습니다. 어떤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독일의 미래와 자유를 지켜낸 영웅들의 죽음은 위대하고 숭고합니다.
이는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꼭 기억해야 하는 저항 정신이기에 더욱 값진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