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평점 :
<사랑, 역사가 되다>는 색다른 로맨스 소설이에요.
일곱 편의 사랑 이야기는 거짓말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저자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사랑을 주인공 시점에서 들려주고 있어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시인으로 살아 있는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시인이었대요.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브라우닝의 사랑이 조명받기 시작한 건 1933년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플러시 : 자서전》이 출간되면서부터라고 해요. 둘다 시인이었고, 편지를 통해 사랑을 키워갔다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나이 차이, 장애, 질병, 집안의 반대 등을 무릅쓰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이 아름다워요. 엘리자베스는 생애 마지막 순간을 남편 품에서 보냈대요. 로버트 브라우닝이 "편안해요?"라고 묻자 엘리자베스는 "아름다워요(Beautiful)."라고 대답했는데, 그것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대요.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 64년을 집권하며 장수를 누렸대요. 빅토리아 여왕은 첫눈에 반했던 앨버트 대공과 결혼하여 아홉 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육아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해요. 남편 앨버트 대공이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손수 챙겼다고 해요. 앨버트는 마흔둘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빅토리아 여왕과 가족을 아끼며 사랑했대요. 빅토리아 여왕은 앨버트 대공이 죽은 뒤 그와 함께 하기 위해 큰 관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남편이 쓰던 방도 그대로 보존했다고 해요.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대공의 사랑, 만약 평범한 두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남네요.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영국 모더니즘 작가예요. 그녀는 레너드 울프와 결혼하면서 두 가지를 요구했어요. 보통 부부들이 하듯 성적인 관계를 할 수 없다는 것과 작가의 길을 가려는 자신을 위해 공무원 생활을 포기해 달라는 것. 놀랍게도 레너드는 그 조건에 동의했고 결혼 후에는 그녀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했어요. 하지만 버지니아는 마지막 편지를 남겨놓고 강물에 몸을 던졌어요. 그녀의 사랑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베시 월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윈저 공작 부인은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버리면서까지 결혼한 것으로 유명해졌대요. 당사자 외에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8세도 대단하지만 심프슨 부인이라 불리며 평생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던 월리스도 못지 않은 걸 보면 사랑의 힘이 대단한 거겠지요.
가네코 후미코는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예요. 한국 이름은 박문자였대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추서된 일본인 독립유공자라고 해요.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로 추서된 일본인 독립유공자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재판 변호를 맡은 후세 다츠지 변호사라고 하네요. 그녀는 사랑을 위해 가족도 나라도 사상도 버렸어요. 오직 사랑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할 위대한 사랑인 것 같아요.
막달레나 카르멘 프리다 칼로 이 칼데론은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예요. 프리다 칼로의 작품과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깊은 슬픔과 아픔이 느껴져요. 그녀에게는 사랑마저도 고통이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그래서 사랑은 함부로 정의내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노 요코는 존 레논과의 사랑으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요. 저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유명인과의 사랑 때문에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로 살아야 했던 그녀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녀의 천장화, 존 레논이 처음 보자마자 충격을 받았다는 그 작품이 정말 예술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1989년 12월 8일, 레논이 저녁당하기 전날 애니 레이보비츠가 찍은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진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존 레논은 그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이것이 내가 요코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사랑에 수치심이나 자존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367p)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