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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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요.

일흔여덟 살의 과학자 어거스틴은 북극 기지, 바르보 천문대에 혼자 남겨졌어요. 아니, 혼자 남기로 결정했어요.

갑자기 천문대 기지 철수가 시작되었고, 공군 부대의 철수팀이 과학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맡았어요. 바깥세상에서 뭔가 파국이 일어나고 있다는 짐작만 할뿐 아무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어요. 모든 연구원들이 서둘러 짐을 꾸려 떠나는 와중에 어거스틴은 완강하게 거부했어요. 자신이 떠나지 않겠다고요. 소위는 마지막까지 설득했어요. 이곳에 다시 올 비행기는 없다고, 지금 같이 가지 않으면 이 기지에 혼자 고립될 거라고 말이에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거스틴이 왜 고립을 선택했는지. 고령의 나이에 아무도 없는 북극 기지에 홀로 머문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니까요.

어거스틴은 돌아갈 곳도, 재회할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바깥세상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그로부터 하루, 이틀 정도가 지났을 때 어거스틴은 아이리스를 발견했어요. 텅 빈 숙소 침실 중 한곳에 숨은 듯 웅크리고 있던 아이는 여덟 살쯤 된 여자애였어요.

당연히 누군가 다시 데리러 올 줄 알았는데,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다음 날 어거스틴은 최북단 상시 주둔 부대인 얼러트 기지에 무전을 보냈는데 아무 답이 없었어요. 모든 주파수를 찾아 보았지만 아무도 말이 없었어요. 응급 통신 위성도 아무 신호 없는 백색 소음만 윙윙거렸어요. 심지어 군용 항공 채널에서도 아무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마치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무선 송신자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어요. 

도대체 이 작은 소녀는 누구의 아이일까요. 무엇보다도 바깥세상은 왜 아무도 답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요.


목성 탐사를 위해 떠났던 에테르 호의 대원 여섯 명은 지금 큰 혼란에 빠져 있어요. 목성 탐사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지구 관제소와 통신이 두절되었지만 일주일에 걸친 목성 조사 작업을 하며 담담히 기다렸어요. 처음에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무 응답이 없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목성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으며 지구로 돌아갈 기대감이 부플자, 대원들 사이엔 짙은 불안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어요. 통신을 담당하는 설리는 장비를 철저히 점검했지만 수신기는 고장 난 곳이 없었어요. 온 사방 우주의 웅얼거림들은 다 들리는데, 아무 말도 없는 것은 지구뿐이에요.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대원들은 지구와의 단절을 힘들어하고 있어요.


우주에서 고립된 에테르 호의 대원들과 북극 기지에 남겨진 어거스틴 그리고 아이리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철저한 고독을 상상하며,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하지만 절박한 순간 혹은 최후의 순간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반드시 찾아야 할 답인 것 같아요. 인간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을 겪게 될 테니까요. 처음에는 막연했던 두 개의 시공간이 어거스틴, 아이리스, 설리, 하퍼, 탈, 데비, 테베스, 이바노프를 통해서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단절과 접속 그리고 열림.


"나도 알아. 하지만 당신은 과학자잖아. 상황은 잘 알고 있겠지. 

우리는 우주의 원리를 알아내려 공부하고 있는데, 결국에 우리가 정말 아는 것은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것뿐이네. 시간과 죽음만 빼고 말이야.

그 사실을 떠올리기가 쉽지는 않지.

... 하지만 잊기는 더 힘들어."     (106p)


***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2020, 조지 클루니 주연·감독)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네요.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책을 읽고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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