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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소년, 우주를 삼키다. 케이틀린 스파이스.
이 말들이 답이다.
의문들에 대한 답.
(32p)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우주를 삼킨 소년>이 그랬어요.
주인공 엘리 벨은 열두 살 소년이에요. 엄마와 한 살 위 형 그리고 새아빠와 함께 살고 있어요.
엘리에게는 절친이 한 명 있어요. 아서 슬림 할리데이, 악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로 70대 노인인데 엘리에겐 베이비시터예요.
세상에 어떤 부모가 탈옥수를 베이비시터로 쓰냐고요? 글쎄요, 그건 엘리의 세상을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엘리의 새아빠 라일은 벙비사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마약 거래를 하고 있어요. 엄마 프랜시스도 함께 돕고 있어요. 두 사람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그 일을 한다는 뜻이에요. 다 알지만 모르는 척, 엘리는 슬림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인생의 사소하고 세부적인 것들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그게 할아버지가 블랙 피터, 지하 독방에서 살아남은 비결이었대요. 보고 로드 교도소, 거기에서 할아버지의 머리와 가슴 안에서 팽창하며 무한하게 열리는 우주가 있었대요. 감옥에서 겪었던 환상이 점점 엘리의 것처럼 되어가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말로는 어른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대요. 슬림 할아버지는 엘리에게 아이의 몸에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겨우 열두 살이지만 할아버지가 해주는 어떤 어려운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이에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끔찍하게 나쁜 현실, 범죄의 현장이라면 열두 살 소년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죠.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대 마약조직과 엘리 가족이 엮이게 된다면...
엘리의 엄마 프랜시스 말로는, 엄마가 아빠에게서 도망쳤을 즈음부터 형이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고 했어요. 그때 형은 여섯 살이었고, 열세 살이 된 지금까지 한 마디도 말한 적이 없어요. 대신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을 쓸 때가 있어요. 엘리는 그 단어를 읽을 수 있어요. 다만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어요.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 소년, 우주를 삼키다 / 케이틀린 스파이스
이 단어들이 의문들에 대한 답이에요.
아마 이 소설을 읽는다면 똑같은 의문을 품게 될 거예요. 답은 나와 있는데 무엇을 위한 답이지?
형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수수께끼 같은 소년 어거스트 벨.
그 수수께끼를 풀 사람은 엘리 벨이에요.
엘리는 슬림 할아버지에게 좋은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또한 자신은 좋은 사람이냐고도 물었어요. 엘리는 나쁜 사람들한테 화가 나 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그건 어쩌면 슬림 할아버지의 탈옥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24년 동안 옥살이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세간에서는 전설의 탈옥수, 보고 로드의 후디니라고 떠들지만 그건 마술이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말하길 깔끔한 탈출을 위해서는 네 가지 요인이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타이밍, 계획, 운, 믿음.
과연 엘리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어요. 결국 그 질문은 우리 자신를 향하고 있네요. 답이 보이나요?
"난 좋은 사람이야." 슬림 할아버지가 말한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지."
...
"할아버지......"
"그래, 꼬마야."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꼬마야, 네 말이 맞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요?" 내가 묻는다. "어른이 됐을 때도 난 좋은 사람일까요?"
슬림 할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한다. "음, 넌 좋은 아이야. 하지만 좋은 아이가 꼭 좋은 어른이 되란 법은 없지."
"시험을 해봐야겠어요."
(223-22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