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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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파올로 코녜티의 소설이에요.

흔히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소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굳이 주인공을 정해야 한다면 '삶' 그 자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소피아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이야기지만 소피아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소피아의 부모인 로베르토와 로사나,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미스터리예요. 어떻게 만났고 사랑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어요. 스물두 살의 로사나가 상당한 출혈을 하며 청색증의 자그마한 아기를 출산했고, 그 아기가 바로 소피아예요. 

짐작할 만한 단서는 '결혼 생활이 어느 시점에 다다랐을 때 이혼이 아닌 이사를 택했다'라는 거예요. 소피아가 다섯 살 무렵, 도시 외곽에 공원으로 둘러싸인 신축 빌라로 이사를 갔어요. 로베르토가 소피아 또래의 남자아이 오스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친한 친구의 아들이라고 했어요. 오스카의 엄마가 너무 아파서 대신 돌봐주게 된 거라고. 오스카는 소피아의 눈이 약시라서 안대를 하고 있는 걸 멋지다고 말했어요. 해적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야생 소년이라서.

어느 날 오스카의 아버지가 데리러 왔고, 그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여자아이를 보았어요. 그는 소피아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보냈고, 소피아도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어요. 잠시 스쳐가는 이 남자의 생각이, 제 머릿속에는 계속 맴돌았어요. 


어째서 아이들은 사람들을 뚫어져라 보는 걸까?

그리고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람을 뚫어져라 봐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걸까?

관심이 가는 것을 쳐다보면 안 되는 걸까?

    (42p)


어린 소피아는 부모의 관계가 불안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열여섯 살의 소피아가 자살 시도를 했던 것도 다 그때문이에요. 다행히 소피아는 살아났어요. 고모 마르타는 소피아를 부모로부터 탈출시켜줬어요. 마르타와 함께 살면서 소피아는 자유로워졌어요. 그리고 배우를 꿈꾸게 됐어요. 스물일곱 살의 소피아는 뉴욕으로 날아갔어요. 그곳에서 풋내기 영화감독 유리와 작가를 꿈꾸는 피에트로를 만나 함께 살게 되었어요.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이 소설은 소피아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어요. 소피아에게 무심했던 아빠 로베르토는 직장 동료인 엠마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엠마는 홀로 아픈 엄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 로베르토에게 심적으로 의지했던 것 같아요. 그게 허상이란 건 몰랐던 거죠. 소피아의 엄마 로사나는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로사나, 반면 마르타는 너무 성숙해서 자기 희생을 통해 가족을 돌보고 있어요. 어떤 면에서 마르타와 소피아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 자아 같기도 해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양극단의 존재 같아요. 언제나 검은 옷을 입은 건 소피아가 아니라 마르타였다고 생각해요. 어찌됐든 소피아는 자신이 꿈꿨던 여배우가 되었으니까요. 

소피아의 친구 카테리나와 이레네를 보면 여성들의 우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뉴욕에서 만나 두 남자 유리와 피에트로는 남자들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건, 스물일곱 살의 로베르토 무라토레가 알파 로메오에 입사한 첫 날 공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만난 동료 주세페 루소의 말이에요.

다시 이 부분을 읽다가 깨달았어요. 로베르토와 로사나도 어렸다는 걸, 가족이 서로에게 감옥이 된 건 아직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걸.


"이곳에서는 상황을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가족 같은 분위기이거나 아니면 감옥이죠.

감옥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딱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주로 열 받은 사람들이죠.

나는 보수주이자이고 가족이에요."  (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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