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열쇠 열린책들 세계문학 265
대실 해밋 지음, 홍성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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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열쇠>는 대실 해밋의 장편소설이에요.

대실 해밋은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원조이자 대표 작가라고 하네요. 해밋은 이른바 "1920년대의 작가"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작품들의 배경이 1920년대 미국 범죄 세계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이에요. 특히 <유리 열쇠>는 해밋 스스로 자신의 소설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는 작품이라고 해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편의 범죄 영화가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실제로 <유리 열쇠>는 코엔 형제의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범죄의 세계를 절묘하게 그려냈다고 볼 수 있어요.

일단 주인공 네드 보몬트는 도박에 빠져 사는 인간이라서 그리 호감가는 인물은 아니에요. 다만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라는 점이 유일한 장점일 것 같네요.

네드가 형제처럼 지내는 폴 매드빅은 합법과 불법을 오가는 정치인이에요. 네드는 매드빅의 브레인 역할을 해주고 있고요. 근래 매드빅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헨리 상원의원의 딸 재닛과 결혼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재닛의 오빠인 테일러가 차이나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네드는 이 사건를 맡아 범인을 추적하게 돼요. 점점 사건을 파헤쳐갈수록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불신과 혼란의 상황으로 치닫는데...

인간의 탐욕이란 그 끝을 알 수 없어서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끝까지 가봐야 불편하고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뿐이에요.

마지막 결말을 확인하면서 역시나, 알다가도 모를 것이 인간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였어요.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사실, 범죄의 세계가 결코 해피엔딩일 수 없다는 걸 증명해주는 이야기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네드 보몬트는 비호감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네드는 예리한 촉으로 경고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네요. 치열한 심리전과 음모. 누구를 위한 범죄인지,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비극인 것 같아요. 유리 열쇠, 이보다 더 강력한 경고는 없을 것 같네요.



네드 보몬트는 시가를 입에 물고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형이 뒤에서 밀어주지 않으면,」그는 <형>을 힘주어 말했다. 

「헨리 의원이 이번에 당선될 수 있을까?」 

매드빅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어림도 없지.」

네드 보몬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물었다. 「그렇다는 걸 그도 알아?」

「당연히 알겠지. 그런데 설령 모른다 해도, 그게 너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야?」 

네드 보몬트는 비웃듯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른다면 내일 저녁 식사에 형을 초대하지 않았겠지?」

...

「저녁 식사 자리는 내일이 처음이야?」 

「응, 처음이지만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거다.」 

「생일파티에 초대받지는 못했고?」 

「응.」매드빅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직은.」 

「그렇다면 형이 원하는 대답은 해줄 수 없어.」 

매드빅은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대답?」

「아무 선물도 주지 마.」 

「말도 안 돼!」

네드 보몬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묻는 말에 대답했을 뿐이니까.」

「왜 주지 말라는 거야?」 

「상대방이 받고 싶어 한다는 확신이 없이는 선물을 해서는 안 되니까.」  (15-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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